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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그래도 일손 달리는데…中企 ‘대체휴일제’ 속앓이
중기중앙회 회원사 441곳 설문
정부 지원없는 도입 과반이 ‘반대’



“(대체휴일제는) 중소기업들 공장을 돌리지 말라는 소리다.”

23년째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52)대표. 그는 대체휴일제 도입 소식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365일 돌아가야 하는 기계를 멈추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겨우 하루 벌어 먹고사는데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대체휴일제가 시행될 경우 ‘도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잠시 머뭇하는 눈치였다. 그는 “일하는 사람도 시급받는 것보다 쉬는 게 낫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냐. 근무환경 조성 차원에서 무작정 ‘노’ 하기도 고민된다”고 밝혔다.

최근 대체휴일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체휴일제는 박근혜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휴일과 휴일이 겹칠 경우 휴일이 아닌 날에 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롯데백화점, LG전자 등 대기업 일부는 이미 대체휴일제 도입에 동참했고, 도입을 검토 중인 대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441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3.0%가 대체휴일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관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대기업은 96.7%가 대체휴일제 도입 찬성의사를 밝힌 반면 중소기업의 찬성률은 68.3%에 그쳤다. 이처럼 중소기업 과반이 이 제도의 도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적ㆍ사회적 차원의 움직임 속에서 선뜻 업계차원의 반대 입장을 표하기도 난감한 입장이다.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 제조업계는 더 울상이다. 대체휴일제가 도입될 경우 생산라인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중기 제조업체의 B(54) 대표는 “현장직은 아무도 안 하려고 한다. 요즘은 사람 뽑는 게 일이다”면서 “안 그래도 일할 사람이 없어서 가동률이 떨어지는데 교대로 쉰다고 해도 사람이 빌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체휴일제’를 도입할 경우 중소 제조업체들은 인력 부족이나 인건비 상승의 부담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력이 부족하면 ‘납품 기일’에 맞춰 제품을 제작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인건비가 상승하면 ‘납품 단가’를 맞추기 위해 자칫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납품 단가 문제 해결과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가 ‘대체휴일제’ 도입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B 대표는 “ ‘대체휴일제’보도들이 나길래 혼자서 화를 삼켰다. 늘 중소기업 살린다고 하지만 정작 제도를 도입할 때는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는 없다”며 “살 수 있도록 ‘지원’부터 해주는 게 먼저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재계가 ‘대체휴일제’ 도입 문제로 연일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정작 정치권은 대체휴일제(공휴일에 관한 법률)에 대한 논의를 시작조차 못한 상황. 오는 18일 해당 법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있기는 하지만 추경, 세종시법, 부동산 대책 등 굵직한 이슈들이 많아 이날 논의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안행위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서면서 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많아서 대체휴일제를 당장 논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의원들의 관심이 큰 이슈들에만 쏠려 있어서 (대체휴일제가) 특별한 반대 없이 통과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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