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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장에서 은밀하게 다가온 남자...“지정석 2만원”, 잠실야구장 암표판매수법 들여다보니
[헤럴드경제=서상범ㆍ이정아 기자]12일 오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 북적이는 매표소 앞에서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자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조용히 다가왔다.

남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옐로우(지정석) 2만원”이라고 말했다. 암표상이었다. 기자가 값을 깎아달라고 흥정을 걸어보자 그는 “남는 게 없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그 후 10분간 접근한 두 명의 암표상들은 하나같이 원가의 갑절 가격을 제시했다.

암표상 A(58) 씨는 “오늘은 단속이 심해서 수입이 마이너스다”라며 “그래도 하루에 10만원 정도 벌고, 큰 경기가 있는 날에는 300만원까지 벌어봤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종합운동장역 7번 출구로 나오면 낮고 조그마한 소리로 “지정석, 지정석”이라고 말하는 불법 암표상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출구 바로 앞 길거리 음식점에는 7~10명의 암표상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사복을 입은 경찰 단속반과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경찰 단속이 심해지면 암표상들은 오른손을 머리 옆으로 들어올려 서로에게 ‘행동을 멈추라’는 사인을 보냈다.

이렇다보니 단속반을 피해 암표를 거래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매표소 주변을 주로 지키는 단속반을 피해 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암표를 거래하는 방법은 고전이다. 자신을 두산 팬이라고 소개한 30대 중반의 한 회사원은 “불법 암표상들에게 미리 전화해서 포수 뒤 테이블석(원가 4만원) 표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운동장 역 내 화장실에서 암표상과 접선해 장당 8만원에 테이블석 2장을 구해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한편 경찰에게 적발돼 초소로 암표상들이 붙들려가는 찰나를 이용해 다른 암표상들이 암표 매매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암표상 B 씨는 “경찰들의 주의가 다른 곳으로 집중된 순간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젊은 암표상들은 인터넷을 활용한다. 미리 표를 확보한 후, 인터넷 중고물품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구매자를 모으고 현장에서 예매자 명단을 확인한 뒤 표를 넘기는 것. 또 표를 가지고 있으면 경기장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이용, 암표상과 고객이 경기장 안으로 함께 입장을 하고 장내에서 거래를 한 뒤 고객이 밖으로 나와 일행들을 다시 데리고 입장하는 ‘장내거래’ 방식도 있다. 뛰는 경찰 위에 나는 암표상이 있는 셈이다.

이같은 수법을 쓰는 이유는 관객에게 표를 건네주고 돈을 받는 장면이 경찰에 ‘발각’되면 암표 판매 혐의로 입건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건네받는 순간을 포착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장면을 놓치면 적발해도 암표상이 오리발을 내민다”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이날 잠실야구장 주변엔 경찰기동대와 사복 단속반 140명이 투입됐지만 9건을 적발하는데 그쳤다. 


암표를 팔다 적발돼도 경범죄처벌법상 암표매매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져 16만원의 벌금을 무는 게 전부다. 이날 두 차례 단속에 걸린 ‘20년 암표상습범’ 홍모(59) 씨는 벌금 32만원을 물어야하는데도 매표소 앞으로 돌아가 또 다시 암표 매매를 시도했다.

한편 경찰은 올해부터 강화된 처벌 기준을 알리고 현장 단속에도 나서고 있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경범죄 처벌법이 강화된 만큼 전체적으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상습 암표상과 다량의 암표매매 사범을 부당이득 혐의로 형사입건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송파경찰서 제공]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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