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자의 인생에 답하다>(2013. 책읽는수요일)의 들어가는 말의 일부다. 정말 소설은 우리 삶에 약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의 선택한 소설로 그 해답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소설에 대한 이야기다. 쉽게 말하자면 75편의 소설에 대한 리뷰집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상황들과 그에 따라 감당해야 할 감정들을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을 통해 들려준다.
책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처럼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고전을 시작으로 추리, 심리, 애정 등 다양한 주제의 세계 문학을 통해 인생을 말한다.
연애를 할 때 나쁜 남자에게만 빠져드는 이에게는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을, 완벽하다고 믿었던 이상형에게 실망한 이에게는 월라 캐더의 <잃어버린 여인>을, 누군가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이에게는 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아랫사람에게 자존심이 상한 이에게는 아르튜어 슈니츨러의 <구스틀 소위>를, 직장을 잃고 절망에 빠진 이에게 조르주 심농의 <떠나는 기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남자>를 권한다. 상황에 따라 소개하는 소설을 읽다 보면 우리는 누군가와 사랑하고 이별했던 경험을 떠올리거나 현재 나를 힘들게 하는 가족과 친구, 직장 상사를 대신하는 소설 속 그들을 미워하며 후련해한다.
소개된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게 많다. 영화로 보거나 책으로 읽었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과 마주하게 된다. 마피아 세계를 다룬 영화로 유명한 마리오 푸조의 <대부>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풀어낸다.
‘돈 코클레오네는 죽음을 앞두고 아들이자 후계자인 마이클에세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어떻게 해야 강인해 보이면서 사랑받을 수 있는지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자주 ‘아니!’ 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설혹 부정해야 할 때라도 ‘그래, 좋아!’처럼 들리게 해라.” 가족 문제로 시달리는 사람에게 좋은 충고가 아닐 수 없다. ‘아니!’ 하는 부정을 잘 포장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아라고 해선 안 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88쪽, 마리오 푸조의 <대부> 중에서
저자의 리뷰로 만나 더욱 궁금해진 소설도 있다. 많은 책들이 그렇다. 이런 글이 나를 유혹한다.
‘요제프로트가 12장의 첫머리에 쓴 문장은 독자에게 보내는 경고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누구인지 콩알만큼의 진실도 경험하지 못하고 죽는다.” 자기성찰의 부족은 우리를 그냥 그렇게 굳어진 형편없는 인생을 고집하게 한다. 견딜 수 없는 관계를 바꿀 힘이 부족한 탓이다.’ 72쪽, 요제프로트의 <가짜 무게>중에서
‘위로는 어디 있을까? 위로란 없다. 하지만 아름답게 꾸민 그림과 싸구려 미사여구로 슬픔을 건너뛰는 대신 상실을 처절할 정도로 곱씹으며 그 상실의 의미를 드러내는 게 휠씬 낫지 않을까.’ 161쪽, 페터한트케의 <소망 없는 불행>중에서
책은 살다보면 한 번쯤 마주치게 되는 상황을 현명하고도 친절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과 맞는 부분을 펼치거나 소개된 책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주변의 친구나 가족에게 책 속 목록을 소개해도 나쁘지 않다.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