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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권 야심가에서 서부이촌동 대변인으로 나선 ‘무료변론의 대부’ 박찬종 변호사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단군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사망선고’를 받던 지난 8일, 개발구역에 포함된 서부이촌동에서는 주민의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설명회가 열렸다. 연단에 선 한 노신사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주민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바로 법무법인 한우리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찬종(74ㆍ사진) 변호사다. 그의 별명은 ‘독불장군’ ‘무균질’ 등 여러가지다. 모두 정계에 몸담으며 생긴 별명이다. 그는 한때 대권을 꿈꾸던 야심가였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권변호사로 귀환(?)했다.

“주민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분통이 안 터지겠습니까?”

서부이촌동 주민의 손해배상 소송을 맡게 된 취지를 묻는 기자에게 돌아온 박 변호사의 첫 대답은 이랬다. 그는 지난 3월 중순 용산 개발사업을 주도하던 드림허브의 디폴트 소식을 접한 직후 서부이촌동 주민을 위해 수임료 한 푼 받지 않고 법률구조 방식으로 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서부이촌동을 도시개발법으로 묶어 6년간 재산권 행사를 막아온 서울시와 보상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드림허브 때문에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며 “소송은 서울시와 드림허브에 연대책임을 묻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주민이 구제받을 부분은 미지급된 보상비를 비롯해 6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피해액과 보상계획을 믿고 주민등록조차 이전하지 못했던 주민의 불편을 고려한 위자료 등”이라며 “최소 2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소송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그는 한국 인권변호계의 산증인이다. 정치에 몸담기 전부터 정치적ㆍ사회적 약자를 위한 변호활동을 40년 넘게 지속해왔다. 박 변호사는 1970년 12월 개업해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가 서슬퍼렇던 1974년 현대조선소 파업사건의 무료 변론을 시작으로, 80년대 굵직한 시국사건의 변호인 자리를 지켰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학생 20명이 구속됐던 미 문화원 사건(1985년)의 변론단장을 맡은 것도 그였다. 2007년 정계를 떠났던 그가 변호사로 복귀한 것을 두고 인권변호계가 ‘박의 귀환’이라 평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의 무료 변론은 이뿐이 아니다. 판사를 향해 석궁을 날린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미네르바 박대성,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 그는 연달아 무료 변론에 나섰다.

무료 변론으로 처리한 사건이 몇 건이나 되는지를 묻자 박 변호사는 “무료로 맡은 사건이 너무 많아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약자를 위한 그의 변론은 소통에서 시작된다. 매일 아침 트위터를 통해 그와 소통하는 팔로워가 무려 11만명에 달한다. 박 변호사는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서민의 무료 변론을 위해 인천에 가야 한다”며 오늘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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