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남근기자] 엔화약세가 최근 한국경제를 뒤흔드는 주요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엔화가 달러당 110엔까지 상승하면 한국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이 2.8%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엔화약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8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98엔대를 돌파하면서 2009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8일 삼성증권이 국내 주요 상장기업 43개사를 대상으로 엔화 약세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엔/달러 환율이 95엔에서 110엔으로 오르면 총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81%, 2.7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으로 상승해도 이들 종목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0.84%, 1.3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차, POSCO, LG디스플레이, NHN, 한국전력, SK이노베이션, 대한항공등 각 업종의 대표기업들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50%를 차지한다. 일본은행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엔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 회복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증권업계와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엔/달러 환율이 조기에 100엔을 돌파하고 장기적으로는 110엔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가 달러당 110엔까지 가면 업종별로는 항공(-19.83%), 화학(-11.31%), IT하드웨어(-7.04%), 철강(-5.32%), 자동차(-3.88%) 등의 영업이익에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달러당 100엔으로 절하되면 항공(-9.91%), 화학(-7.56%), 철강(-3.47%), IT하드웨어(-2.05%) 등의 영업이익이 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각 기업이 엔화 절하에 따라 나타나는 수요 둔화와 엔화 매출로 인한 환차손 등을 고려해 추산한 결과다.
엔화 약세시 직접적으로 환손실에 노출되는 금액은 철강 업종이 가장 컸다. 철강 업종 3개사는 엔화 환율 변동에 노출된 금액이 2861억엔(약 3조4000억원) 규모였다. 이는 대(對) 일본 수출로 인한 엔화 매출에서 일본 원재료 수입 및 해외 영업비용과 엔화 순부채 등 엔화 지출을 뺀 금액이다. 생활용품, 항공, 음식료, 반도체 등도 엔화 약세에 따른 환손실이 예상됐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철강 등은 엔화약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며 중장기적으로 엔화약세가 지속되면 한국기업들에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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