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ㆍ서상범 기자］국제 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Anonymous)가 북한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하고 회원 9001명의 명단을 온라인을 통해 유포한 가운데 이 명단에 진보 노동단체 관계자는 물론 언론인, 대학교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 내사를 진행키로 했다.

어나니머스는 북한의 대남선전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하고 가입회원 명단을 트위터를 통해 5일 공개했다.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정보에는 가입자 아이디ㆍ성별ㆍ이름ㆍ이메일 주소ㆍ생일ㆍ비밀번호가 담겨있으며, 이 정보를 조사한 국가정보원 측은 “우리민족끼리의 해킹 사실을 확인했고,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정보도 국내 가입자 정보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는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정보를 토대로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개인정보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가입추정 인물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글은 ‘죄수번호’라는 제목으로 현재까지 수백건 이상이 등록됐다. ‘죄수번호’라는 의미는 이적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베 네티즌들의 설명이다.

이들이 가입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일반인은 물론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교조 등 노동계 관계자, 언론인, 대학교수,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현역 군인도 포함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단순히 신상정보를 올리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국정원 등에 국보법위반 사범으로 가입추정 인물들을 신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개된 개인정보가 실명인지 분명하지 않고, 어떤 절차를 거쳐 가입되는지 여부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보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신중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우리민족끼리에 접속해 실제 어떤 절차로 가입되는지 알아보려 했으나 5일 현재 해당사이트는 접속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경찰은 공개된 명단에 대해 내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내사범위는 공개된 개인정보 등이 국내사용자가 맞는지, ‘우리민족끼리’ 회원가입이 국보법상의 위법사항에 해당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남 선전용 사이트에 이적 표현물을 게시했거나, 게시물을 퍼날랐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우리민족끼리’가 유해사이트로 분류돼 우리나라에서는 접속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단순 접속자들을 상대로도 접속 경위와 가입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가입추정 명단에 대해 “지목된 인물이 작성 및 유포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할 수도 있는 만큼 섣불리 이를 유포하거나 특정해선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kih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