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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대체휴일과 여가문화
여행하기 좋은, 아니 여행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마른 나무에서 새싹이 돋고 꽃망울이 터진다. 사람의 몸도 깨어난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모공이 열리면서 따사로운 태양과 대지의 정기를 받고 싶어한다. 몸과 영혼을 자연에 담그고 싶은 계절이다.

여행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당일치기 소풍이나 등산에서 시작해 1박2일간의 여행, 장기 배낭여행까지 다양하다. 세계 일주여행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지만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최고의 여행은, 토막잠이 꿀맛이듯이, 재충전을 위한 토막여행이다.

여행의 목적은 여행 그 자체가 아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세파에 시달리며 지친 삶에 활력을 부여하고, 잃어버렸던 자아와 사랑, 우정을 되찾는 과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하고 나서 세계여행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죽은 여행이 되기 쉽다. 여행이 내면의 힘을 키워 힘겨운 현실을 헤처나가도록 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여가증진을 위해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월요일에 쉬도록 하는 대체휴일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2008년 처음 이 얘기가 나온 후 그 동안 논의만 무성했지만, 이번에는 정부의 의지와 국민적 공감대에 힘입어 속도를 낼 듯하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일요일과 공휴일이 겹치는 날은 연 평균 2.2일에 불과하다. 토요일과 겹치는 공휴일을 포함하면 4.4일이다. 원래 공휴일이었는데 휴일과 겹쳐 잃어버린 것을 되찾자는 것이다. 휴일을 더 늘리자는 얘기와 다르다.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면 3일 연휴가 생겨 여가와 관광 등 내수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진입하고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국민행복 증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여가산업이 새로운 탈출구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관광을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려면, 내국인 관광이 먼저 활성화돼야 한다.

대체휴일제의 경제적 효익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연간 2.2일의 휴일이 확충되면 민간소비 증가로 인한 총생산유발효과가 16조원, 고용유발효과가 11만명에 이른다. 노동생산성 향상과 사회적 편익을 포함한 편익은 총 35조원 정도로 추산됐다. 휴일근로수당 등 비용은 11조원 늘어나, 이를 감안한 순수한 편익이 24조원으로 추산됐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형의 효과다. 한국은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과 빈약한 휴가로 급속성장을 이뤘지만, 그 결과는 높은 사회적 스트레스와 낮은 행복도였다. 대체휴일제로 늘어나는 휴일수는 2.2일에 불과하지만, 그 효과는 그 이상으로 클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일요일과 겹치는 공휴일만 대체휴일로 지정할 계획이지만, 차제에 토요일과 겹치는 공휴일도 대체휴일로 지정하거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샌드위치데이를 없애도록 공휴일 지정요일제를 도입하는 방안, 휴가제도를 ‘선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대체휴일제가 단순한 휴일제도 개선이 아니라, 국민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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