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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한상완> 가장 위험한 것은 비관적 전망이다
日 ‘잃어버린 20년’ 비관론 때문
국민이 정부정책 믿게해야 활력
4·1 부동산대책은 시의적절
추경·금리인하 등 뒤따라야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은 과도했던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소비주체인 가계가 부실화한 것이다. 다음은 1947~49년 3년 동안 태어난 단카이세대 이후 출산율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인구구조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 국민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비관론을 들 수 있다. 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마도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아닌가 싶다.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면서 일본 가계가 지갑을 꼭꼭 닫아 저축을 늘리고, 소비가 줄면서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케인스식 ‘절약의 역설’ 현상이 발생했다. 국가부채가 200%를 넘도록 돈을 뿌려줘도 가계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저축의 형태로 은행으로 되돌아 왔다. 제로금리가 되어도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의 장기복합 불황이 됐다. 아베 총리는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겠다고 사상 초유의 양적 완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은 20년을 허비하고 난 지금에서야 비관적 전망의 무서움을 배운 것 같다.

지금 우리 경제도 낙관만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사회 전반에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장기 하락세로 들어설 것이라는 비관론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다. 젊은 사람 사이에서는 집값이 더 떨어질텐데 집을 사서 뭐하냐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또 그것이 역자산효과를 일으켜 지갑을 닫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내수침체는 당연한 결과다.

비관론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요즘 ‘푸어(거지)’밖에 없는 모양이다. 워킹푸어,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리타이어푸어, 에듀푸어 등. 실제 경제현실도 위기상황인데 언론이 앞장서서 푸어 시리즈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에서도 언론에서나 쓸 법한 자극적인 용어를 여과 없이 받아쓰고 있다. 사회 분위기가 암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보면 자명하다.

다행스럽게도 박근혜 정부는 사회 전반에 퍼진 비관론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 작품으로 내놓은 정책이 부동산종합대책인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의 비관론부터 손을 대기로 한 것 같다. 이번 부동산종합대책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했고 내용적으로도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공공주택 공급과 민간 건설경기 등 상충되는 딜레마 사이에서 묘수풀이라고 할 정도로 잘 짜여진 대책을 만들어냈다. 이 정도면 시장이 반응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인다. 다만 부동산대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번 정책은 단기 대책이 중심이 된 것으로 부동산 시장의 장기 전망을 바꿔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 사이에 퍼져 있는 비관적 전망을 바꿔주기 위해서는 단기적 차원에서는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를 돌려세워야 한다. 고통이 오래 지속되면 사람들은 체념하기 시작한다. 또한 경기가 돌아서지 않으면 부동산정책의 효과도 반감된다. 따라서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과 시장 정상화 차원의 금리 인하가 뒤따라야 한다.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여줘야 한다. 우리 경제가 계속 활력을 가지고 뻗어 나갈 수 있고, 당장은 어렵지만 궁극적으로는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만 비로소 낙관론이 자리잡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첫 정책, 부동산종합대책은 시작이 좋았다. 이제는 첫 정책의 온기가 가시기 전에 후속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장기 비전을 명시적으로 보여주고,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고, 국민의 전망도 낙관적으로 바꿀 수 있다. 시작이 늦어진 만큼 더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때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라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앞으로 제2, 제3의 종합대책이 끊이지 않고 나와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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