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칸막이 제거 명목 ‘남발’
분야별 팀마다 책임소재 모호
목표·활동기간등 명확히 해야
‘일단 만들고 보자?’
새 정부 들어 창조경제 실현 등의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갖가지 태스크포스(TF)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각 운용의 원칙으로 주문한 부처 간 칸막이 제거와 이상적인 협업(協業) 체제 구현을 위해 각종 TF가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3년도 기획재정부 업무계획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추진 중이거나 구성을 마친 TF가 총 1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부처 창조경제 TF, 투자활성화 TF, 일자리 로드맵 수립 TF, 지하경제 양성화 전담 TF 등으로 재정부가 관여된 것만 이 정도다. 다른 부처가 진행 중인 TF까지 다 합치면 수십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위원회 공화국’이란 비판을 받았던 전임 정부들에 이어 박근혜 정부는 ‘TF 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괄목할 성과 없이 위원회 이름들만 난무했던 노무현ㆍ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민들은 많은 TF를 만들 수밖에 없는 정부의 ‘속사정’도 궁금하다. 추경호 재정부 1차관은 이에 대해 “TF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협업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국정과제 수행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단독으로 쉽게 결정될 수 없는 게 많기 때문에 부처와 외부전문가 등이 함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업무 계획에 온갖 TF 이름만 즐비한 것에 신뢰가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당장 보고 차원에서 우선 만들어 놓고 보자는 식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창조경제와 같이 아직 구체성이 떨어지는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장에 수립할 수 있는 대책이 많지 않아 불가피(?)하게 TF만 구성하게 됐단 지적이다.
TF가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면에서 서로 일을 떠미는 또 다른 부처 이기주의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어수선해진 틈을 각 부처가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모습이 다시 연출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TF의 목표와 책임 소재, 활동 기간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