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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의 ‘악몽’이....‘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의 공포
최근들어 계속되는 악몽에 시달리고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던 15년차 소방공무원 김 모씨(43세)는 병원 방문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진단결과를 받았다. 화재 및 재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위험하고 충격적인 상황에 자주 노출되었던 김 씨는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 등의 전문치료를 병행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PTSD는 방치할 경우 만성화하기 쉬워 직장 및 가정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뿐 아니라 우울증, 알콜 의존 등 다른 정신질환을 유발할 위험성도 높다. 특히 소방공무원이나 경찰공무원, 지하철 기관사 등 외상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직업군의 경우 조기 발견 및 환자 상태에 맞는 전문치료를 진행해야한다.


▶ 일반인 절반 이상이 한 번 이상 강한 트라우마 경험. 그 중 10~20%가 PTSD로 진행

4월 4일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제정한 ‘정신건강의 날’이다.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버리고 치료가 필요한 질병 중 하나라는 것을 강조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의료현장에서 진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재난관련 스트레스나 경험이 높은 직업군의 정신질환 증가율 대비 치료, 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PTSD는 극심한 충격이 되는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장면이나 감각, 생각이 원치 않음에도 반복되면서 마치 당시 상황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끼는 정서적 괴로움, 사건과 관련된 사람, 장소 및 대화 등을 피하는 회피행동, 쉽게 화를 내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다양한 증상을 겪게 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 중 하나이다. 

학계에 따르면 남자는 60%, 여자는 50% 정도가 살면서 뇌리에 강하게 남는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다고 알려져있다. 여자는 성폭력이나 아동기 성학대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크며, 남자는 사고, 신체 폭력, 전투, 재해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한 모든 사람이 PTSD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한국보훈복지공단 산하 중앙보훈병원 PTSD 클리닉 소형석 전문의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후, 여자는 약 20%, 남자는 약 8% 정도가 PTSD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라며 “아직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PTSD환자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같은 경우는 PTSD증상을 경험하는 사람이 전 국민의 7%정도 돤다고 알려져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한 중소도시지역을 조사해본 결과 약 4.7%가 PTSD증상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관 및 경찰관 10명 중 4명이 PTSD, 지하철 기관사, 일반인 대비 유병률 8배

PTSD는 위험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소방관, 경찰관, 군인 등 재난관련 직업군에게서 특히 높게 나타난다. 재난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 직업은 아니나 지하철 기관사의 경우에도 밀폐된 공간에서의 장시간 운전, 수 만명의 승객에 대한 부담감, 투신자살 사건 발생으로 PTSD가 높은 대표적인 직업이다.

지난해 경찰청이 전국경찰관 1만 42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경찰관 스트레스 조사’ 에 따르면 경찰관 중 ‘부분 PTSD’는 11%(1569명) ‘완전 PTSD’는 37.2%(5309명)으로 나타났다. 소방관의 경우 소방방재청 통계결과 최근 5년 사이 PTSD를 겪는 소방관이 매년 천 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방관 및 경찰관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별로 특별교육 및 강좌, 힐링템플스테이 등이 진행 중이나, 단발성 프로그램으로 전문적인 치료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하철 기관사의 경우 심각한 상해, 신체에 위협을 주는 사건을 경험 또는 목격한 경우 등의 외상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PTSD를 보이는 경우가 48.5%, 1년 PTSD 유병률은 일반인의 8배로 높게 나타나지만 뚜렷한 대책이나 치료프로그램은 미흡하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거나 전쟁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군인에게도 PTSD가 많이 나타난다. 특히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 이후 생존자 및 유가족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상담치료 및 사후관리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2011년 이후 국가적 차원의 치료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약물치료 및 정신과 치료 등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방법 중요

PTSD의 치료는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지만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법(EMDR) 등을 단독 또는 병합으로 진행한다. 약물치료는 우울증이나 다른 불안장애 치료에도 사용되는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 계열의 약제가 많이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4-6주 가량 꾸준한 복용 시 효과가 나타난다.

인지행동치료의 경우 개인 또는 집단을 대상으로 시행되는데 집단으로 시행될 때 구성원 사이에 동질감 및 치료의욕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법(EMDR)은 눈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동시에 괴로운 과거 사건을 떠올리면, 그 괴로운 사건이 처리되면서 고통이 덜어질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전제로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의 치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형석 전문의는 “충격적 사건은 기억체계를 압도하여 적절히 처리되지 못한 채 저장되어 있곤 하는데, EMDR은 이 같은 괴로운 기억들을 재처리하여 그 영향을 줄여주고, 보다 적응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제한된 호전을 보이는 약물치료, 정신치료에 비해 EMDR은 치료기간이 두 배 이상 짧고 치료자와 환자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사진설명 : 가벼운 PTSD증세는 별다른 치료를 요하지 않지만 증세가 심할경우 약물치료 등 적극벅인 치료를 받아야한다.(중앙보훈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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