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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한석희> 대통령 체면만 구긴 ‘17초 사과’
“긴급!! 박 대통령 오늘 대국민 사과 발표.”

만우절인 1일 아침 ‘딩동’ 하고 뜬 문자메시지에 전화기를 누르는 손길이 빨라졌다. 어렵게 연결된 청와대 관계자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역시 “뭔 소리, 무슨 엉뚱한 소리야”였다. 새 출발한 박근혜 정부의 첫 만우절은 이렇게 시작했다.

“웃자고 한 거짓말”이라고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뒤끝이 개운치 않다. 청와대는 불과 사흘 전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런데 국민은 또다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기다린다. 지난달 30일 기습적인 대국민 사과는 성에 차지 않고,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김행 대변인은 새 정부 첫 당ㆍ정ㆍ청 회의를 불과 3시간 남겨 놓고 허태열 인사위원장(비서실장) 명의의 두 줄짜리 대국민 사과를 읽었다.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가 전부였다. 장ㆍ차관 6명이 낙마한 전무후무한 ‘인사 참사’에 대한 사과였다. 게다가 전날까지도 “사과는 없다”, “인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도 없다”고 항변하던 것이 하루아침에 ‘기습 사과’로 돌변한 것도 쉽사리 납득이 가질 않는다.

‘17초 기습 사과’에서 읽히는 청와대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1차 목표는 당ㆍ정ㆍ청 회의에서 쏟아질 인사 실패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에 있다는 게 청와대 주변의 해석이다. 허 실장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도 혹여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 우려해서다. 어찌 됐든 목표점은 ‘대통령 구하기’에 있었던 셈이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야당은 “국민을 졸(卒)로 보는 나쁜 사과”라고 격앙됐고, 여당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됐다”고 비판했다.

‘사과’의 미학은 상대방의 화(火)를 돋우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누그러뜨리고, 공감을 얻는 데 있다. “왜 대통령이 화살을 맞아야 하느냐”는 한 친박계 의원의 말마따나 대통령의 체면만 구겼다. 대신 책임지지 않는 참모진, 변명하는 참모진만 구한 ‘최악의 사과’라는 평가다. 대통령 사과가 만우절 아침을 장식한 것도 청와대는 이참에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한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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