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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김선규> 새 부동산대책, 주택시장 활력높일 마중물 되길
새 국토부장관 시장 활성화 역설
그동안 정부정책 불확실성 불식
낮은 집값상승 기대심리 높이고
서민·중산층 살릴 정책 되길…



수도가 없던 시절, 농촌에서는 집집마다 관정을 깊이 파서 펌프를 설치하고 땅속에 흐르는 지하수를 끌어다 썼다. 처음에 한 바가지의 물을 붓고 펌프질을 해야 땅속 깊이 흐르는 지하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이 한 바가지의 물을 ‘물을 맞이하는 물’이라는 의미의 순 우리말로 마중물이라 한다.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주택시장에도 활기를 되찾게 할 마중물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480만가구 중 12%인 57만가구가 하우스푸어로 분류되고, 경매로 집이 넘어가도 대출금을 못 갚는 깡통주택 소유자도 19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업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4년 새 100대 건설사 가운데 21곳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올해 주택가격동향도 -2.5%대로 추정되면서 주택시장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계는 가계대로, 업계는 업계대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곧 발표를 앞둔 새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이 고여 있던 샘물을 세찬 물줄기로 만드는 마중물의 원리처럼 부동산 시장의 활력을 샘솟게 하는 원동력이 돼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시장으로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거래를 망설이고 있는 대기수요가 많다. 다행스럽게도 국토해양부의 새 수장으로 임명된 서승환 장관이 가장 먼저 주택시장 정상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한다. 특히 인터뷰 중에 “부동산 대책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확정해서 알려야지 찔끔찔끔 알리면 시장에 내성만 생긴다”는 언급은 새 정부 5년을 이끌어갈 확고한 부동산 정책 시그널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국내 부동산 가격은 지난 몇 년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08년 직전 최고점을 찍은 수도권지역 아파트매매지수는 현재까지 중소형은 7%, 대형은 무려 17%나 하락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국제 금융위기가 부동산 시장에 큰 타격을 준 이후 정부의 지속적인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계속적인 침체를 이어가면서 당분간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주택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에서 전담하고 있는 주택분양보증의 보증이행방안 선택과정에서도 이 같은 심리가 엿보인다. 건설사 부도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공사가 중단되면 분양계약자 보호를 위해 분양보증을 발급한 대한주택보증에서는 계약자에게 분양대금을 환급해주거나 아파트를 완공시켜준다. 분양계약자들의 선택에 따라 이행방안을 어느 한 가지로 선택하게 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완공을 요구하는 사례가 전무할 정도이니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순간을 꿈꾸며 고심 끝에 분양을 받았을 텐데도 그동안의 기회비용을 감수하고서 분양계약을 중도에 철회하려는 계약자들의 선택은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과 행복이라는 가치마저 포기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부동산 경기 위축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다. 주택 거래가 사라지면서 중견건설사는 유동성 위기를 맞고 하도급 업체는 줄도산 공포에 떨고 있으며, 급증하는 가계대출과 집값 하락의 도미노로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있다. 대규모 고용창출을 유발하는 건설시장의 침체는 고용 축소로 이어져 서민들의 생계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국민 주거복지 차원에서 마비된 부동산 거래의 물꼬를 트고 거래를 정상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곧 모습을 드러낼 부동산종합대책은 서민과 중산층을 살리는 정책이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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