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민간 “용산정상화 방안 못 믿겠다”
서부이촌동 보상금 마련 부족
코레일 견제장치 부재
귀책사유 생겨도 소송불가




지난 15일 10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빌딩. 용산개발 추진 회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 긴급 이사회에서 민간 출자사들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고의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야기했다”며 의문을 제기해 30분간 고성이 오갔다.

같은 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열린 드림허브 30개 출자사 총회. 민간 출자사와 처음 만난 정창영 코레일 사장은 모두 발언을 하고 바로 자리를 떴다. 한 출자사 이사는 “사업 무산시키지 않으려면 우리 안을 받아들이라는 식의 일방적 설명이었다”며 답답해했다.

코레일이 부도 위기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간 불신의 벽이 심각하다. 동업자간 신뢰가 완전히 깨져 사업 정상화를 모색하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코레일은 민간 출자사의 능력을 믿을 수 없다며 기존 주주간 협약, 정관 등을 모두 파기하고 사업구도와 사업계획을 완전히 새로 짜겠다는 입장이다. 민간 출자사들 사이에선 코레일이 고의로 디폴트를 일으키고 드림허브의 사업권을 접수해 사업을 마음대로 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민간 출자사는 코레일이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서울시에 6월 주민 찬반투표를 요청했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일부 지역이 사업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랜드마크 빌딩 매매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판단의 근거다. 드림허브는 랜드마크 빌딩 계약과 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모두 3조1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 재원으로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랜드마크 빌딩 매매계약이 취소되면 당장 서부이촌동 보상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사라진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존 자금 마련 계획은 무의미하며, 연말까지 새로운 보상금 마련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 처음부터 사업계획을 다시 세우면 보상 시기는 수년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사업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코레일이 요구한 ‘주주간 협약 폐지’와 ‘상호간 손해배상 금지’에 대해 민간 출자사는 “식물인간이 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한다. 코레일은 드림허브 이사회 10명 중 민간 출자사 이사를 4명으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코레일에서 5명, SH공사에서 1명의 이사를 보낸다는 것이다. 용산역세권개발 이사도 7명중 4명을 코레일 인사로 채우겠다고 했다. 그리고 모든 의사결정을 과반수 결의로 처리하는 ‘보통결의’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주주간 협약을 폐기해 주주총회에서 결정해야 하는 모든 사항을 코레일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민간 출자사 관계자는 “만약 코레일이 민간 출자사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자산매각, 증자 등을 결정해도 견제할 방법이 없다”며 “이건 출자사의 기본권을 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출자사 관계자는 “손발 다 묶어 놓고 사업이 잘 안되면 귀책사유를 묻는 손해배상을 하지 말라는 조건을 누가 합의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