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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기업가는 꿀벌”…‘사회적기업가 MBA’ 수업 들여다보니
“물고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 가르쳐야” 인큐베이팅에 초점

학비ㆍ사회적기업 입주 등 파격 지원…“졸업 후 바로 창업”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지난 13일 서울 청량리동 카이스트(KAISTㆍ한국과학기술원) 서울캠퍼스 SUPEX경영관 5층 최종현A홀.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경영전문대학원(MBA)’ 1기생 20명은 늦은 저녁 시간임에도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수업은 보충 교육과정(Co-curriculum)인 ‘사회적기업가 되기(Being a Social Entrepreneur)’. 한 학기에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학생들이 사회적기업가가 되기 위해 가져야 할 삶의 가치와 이에 기반한 비전과 미션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종의 인큐베이팅(Incubating) 수업이다.

그날 수업은 지난 시간에 부과된 조별 과제 ‘사회적기업가에 대한 은유(metaphor)’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시작됐다. 학생들은 5명씩 4개조로 나눠 사회적기업가를 각각 꿀벌(Bees), 오하나(Ohanaㆍ하와이말로 ‘가족’이란 뜻), 양철 나무꾼(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등장인물), 애니메이션 ‘드래곤 플라이트’로 각각 비유했다.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학생들은 기업가(business man)에서 따온 꿀벌을 ‘사회적기업가 MBA’ 1기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정했다. 꿀벌을 상징으로 설정한 1조는 ‘성실히 열심히 일하고, 자신의 일을 통해 꿀을 모으고 꽃을 수분시켜 유익을 제공하고, 공동체를 형성해 생태계를 조성하고, 대기오염이나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집(벌집)이 육각형으로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며, 외부 위협으로 보호할 무기(벌침)가 있다’는 것을 사회적기업가와 꿀벌의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이 카이스트와 제휴를 맺고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위해 세계 최초로 개설한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통해 사회적기업가 양성과 착근에 앞장서고 있다.

이달부터 MBA 학생들에 대한 본격적인 교육과 창업 지원을 통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단순 교육 대신 경영 능력을 키워주는 등의 인큐베이팅 수업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이 카이스트(KAISTㆍ한국과학기술원)와 개설한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 중 지난 13일 서울 청량리동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사회적기업가 되기’ 수업에서 강사인 박태현 SK플래닛 부장(왼쪽)이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물고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 가르쳐야”=그날 수업에서도 강사인 박태현 SK플래닛 부장은 ‘나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강의했다. 박 부장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미칠 때 놀랄만한(surprise) 결과가 나오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객을 설정하고 고객이 스스로 돼서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향후 사업의 고객이 누구이고, 고객을 어떻게 변화시키며, 이를 위해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할 지를 정리하도록 했다. 또 ‘베풀고자 하는 것’인 미션(mission)과 ‘얻고자 하는 것’인 비전(vision)의 차이를 설명했다. 사회적기업가로서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경영자로서의 비전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업이었다.

이 같은 방식의 수업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이른바 ‘SK식 사회공헌 모델’과 맥을 같이 한다.

최 회장은 2008년 이래 ‘사회적기업 전도사’를 자임했다. 다보스포럼 등 각종 해외 행사에서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피력함은 물론 사회적기업 지원과 설립을 책임졌다. 대표적인 예가 연 매출액 1300억원 규모인 국내 최대 사회적기업 행복나래(구 MRO코리아)다. 현재 SK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직접 설립한 13곳을 포함, 70여곳에 이른다.

최 회장은 MBA 설립에서도 산파 역할을 했다. 사회적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제안해 MBA를 만들었다. 지난 1월에는 MBA 1기생들과의 간담회에 직접 참석, “사회적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SK그룹이 카이스트(KAISTㆍ한국과학기술원)와 개설한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 중 지난 13일 서울 청량리동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사회적기업가 되기’ 수업에서 한 학생이 자신의 조가 사회적기업가의 상징으로 꿀벌을 설정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학비ㆍ사회적기업 입주 등 파격 지원 =이를 위해 SK는 카이스트와 지난해 10월 ‘사회적기업가 MBA’를 지원하기 위해 SK사회적기업가센터를 세웠다. MBA 학생 전원(20명)에게 학비(학기당 1200만원)를 전액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총액만 24억원이다. 때문에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1기 입학 전형에는 총 78명이 지원, 3.1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실제로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은 사회적기업 창업 역량 배양에 중점을 둔 교육과정이다. ▷창업 멘토링 ▷인큐베이팅 ▷투자 유치 등 실질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전문 경영지식을 길러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짜여졌다.

학생들은 학기당 정규 MBA 경영과목과 사회적기업 필수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이번 학기에는 ▷리더십과 조직관리 ▷마케팅 ▷사회적기업가 정신 ▷사회적기업가 경영 ▷소셜 이슈 및 기회 탐색 ▷사회적기업 세미나 등의 과목을 필수로 수강한다. 2년차 때에는 사회적기업 현장 수업을 주로 받게 되며, 졸업 논문은 창업계획서로 대체한다. 계획서 발표 현장에서 투자를 받을 수도 있다.

SK사회적기업가센터에는 서류심사ㆍ면접 등 선발절차를 거쳐 인큐베이팅 대상인 사회적기업 5곳이 입주해 있다. 공유경제 모델을 기반으로 개인 물품을 서로 빌려주고 빌릴 수 있는 웹사이트 등을 제공하는 ‘빌리지’, 미술 유통과 예술가의 창작환경 개선에 힘쓰는 ‘에이컴퍼니’, 다양한 유통 채널을 발굴, 예술공예 작가에게 더 많은 수익을 돌려줘 작품활동을 지원하는 ‘위누’, 중고 마켓 문화를 확산하고 직접 운영하는 ‘자락당’,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제로디자인’이다. 
 
SK그룹이 카이스트(KAISTㆍ한국과학기술원)와 개설한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 중 지난 13일 서울 청량리동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사회적기업가 되기’ 수업에서 학생들이 조별로 나눠 각자 향후 기업가로서의 미션과 고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강민정 SK사회적기업가센터 부센터장은 “향후 6개월 단위로 MBA 학생들 중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팀을 선정, 센터에 입주시키고 체계적으로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MBA 과정과 수업에 대부분 학생은 긍정적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절차와 상식을 미술품 유통시장에 도입하고 창업했다는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는 “강의를 듣기 전에는 직원 관리라든가 경영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수업을 들으며 리더십을 쌓는 방법 등에서 도움을 받는다”며 “직원이 행복해야 동기가 부여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행복한 지 늘 살피게 된다”고 털어놨다.

사회적기업 창업을 준비 중인 김상훈 씨도 “막연히 창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입학했는데, 체계적 교육과정을 통해 경영자로서의 각종 덕목은 물론 사회적기업가가 가져야 할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것 같다”며 “고령층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안서를 쓰고 있는 단계다. 관련 사회적기업을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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