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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 스트레스에 인간은 불행하다
英저널리스트 올리버 버크먼, 행복의 부정적 경로 제시…실험·경험 통해 낙관주의의 비이성적 행동 경계
최근 2년째 출판계 베스트셀러를 장식하고 있는 책은 힐링을 주제로 한 에세이들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등이 베스트셀러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힐링은 현재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걸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힐링의 범람은 행복에 대한 강한 열망의 반증이기도 하다.

영국 출신의 저널리스트 올리버 버크먼은 이런 행복 추구에 의문을 제기한다. 행복하고자 애쓰는 것 자체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적당한 균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강하게 만들듯이 인생의 고통과 슬픔이 행복을 강화한다고 본다. 정말 행복해지려면 부정적인 감정도 기꺼이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크먼은 ‘합리적 행복’을 통해 우리가 애써 피하려고 하는 불안정, 실패, 불확실성, 불쾌한 경험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최소한 그 감정들로부터 너무 강박적으로 달아나려 애쓰지 말라는 것이다.

버크먼의 주장은 지금까지 많은 이에 의해 제시된 ‘행복으로 가는 길’과는 다르다. 이 부정적인 경로는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이는 고대그리스 스토아 철학에 닿는다.

버크먼은 자칭 스토아 철학자들의 커뮤니티인 ‘세계 스토아 포럼’ 사이트 운영자인 키스 세던 박사 등 행복의 부정적인 경로의 스승들을 찾아 어떻게 행복이 이들에게 머무는지 보여준다.

키스 세던은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매우 쇠약한 상태인 50대 초반의 부인 조슬린을 간호하며 궁핍한 생활을 한다. 둘 다 박사 학위 소지자로 본래 학계에서 활동하려 했지만 조슬린의 발병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키스 역시 근육통성 뇌척수염을 앓고 있다. 그러나 둘의 생활은 침울함과는 거리가 멀다. 조슬린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 일종의 축복임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스토아적 삶은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어떤 나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런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대신, 상황의 진실을 직시하고 무엇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키스와 조슬린은 “스토아 철학이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런 생활을 버텨왔을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우리는 불확실함에 따른 불안감을 터무니없을 정도로 두려워하고, 그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며, 심지어 죽음을 초래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 대안적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불확실함 속에 감춰진 잠재력을 활용한다면 현재의 심리가 안정되는 것은 물론 미래에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본문 중)

키스가 제시하는 스토아적인 일상은 가령 이런 식이다. 슈퍼마켓에 갔는데 줄이 너무 길다고 화를 낼 필요가 없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만약 짜증을 낸다면 그 불편함이 자신에게 실질적인 해를 가했다는 것인데, 그건 억지다. 그 상황의 해결책을 찾자면 기다리든지 다른 슈퍼마켓에 가는 것이다.

버크먼은 불행을 직시하는 것이 어떻게 인간을 더 강하게 만드는지, 항상 죽음을 지척에 느끼며 사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지, 실패를 안 보이는 구석에 처박아두지 않고 계속 돌아보는 일이 얼마나 인간을 성장시키고 실패가 어떻게 인간미를 강화하는지 현장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보여준다. 철학자들의 행복의 발견, 종교의 가르침, 과학 실험과 이론을 오가며 행복의 또 다른 길을 탄탄하게 그려낸다.

거기엔 저자가 취재하고 인터뷰한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대상으로 한 실험과 경험들이 들어 있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경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 사고를 비롯해 행복에 관한 여러 접근법의 가장 큰 맹점인 몇 가지 비결이나 실천계획으로 무리하게 끼워 맞춰 해결하려는 비이성적 행동의 경계다.

부정적 경로를 걷고 있는 이들의 삶은 우울하고 비판적일 것이라는 짐작과 달리, 이들은 쾌활하고 현실적이지만 부정적 경로에도 의문은 남는다. 부정성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행복을 재정의할 경우 그래도 그것이 여전히 행복일까?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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