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겁없는 아이처럼, 뮤지컬 배우로… 조성모의 새로운 무대
처음 맞는 매는 아프다. 하지만 달다. 가수 조성모(36)에게 뮤지컬 배우로 변신하기 위한 시간들은 아픈 매를 맞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함과 동시에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는 달콤함을 맛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조성모는 지난해 故 이영훈 작곡가의 곡으로 만든 뮤지컬 ‘광화문연가’에 처음 뮤지컬 무대를 밟은데 이어 최근엔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 콤비가 만든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요셉 어메이징)’에 요셉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배우 조성모를 만난 날은 마침 오후 공연이 있던 6일. 이날은 한동안 공연이 없어 11일 다가오는 그의 생일을 미리 축하하기 위한 깜짝 파티도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른채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며 인터뷰에 임하고 있었다. 봄볕이 따사로운 공연장 샤롯데씨어터의 배우 대기실, 작품 얘기를 시작하자 그는 이내 진지해졌다.

▶멋모르고 시작한 뮤지컬, 인생은 운명따라 순리대로…=가수 생활이 어느 순간 정점을 찍기도 했지만 오르막도 내리막도 있었다. 악플이 있어 상처도 받았고 악평도 있다. 물론 그도 사람인지라 상처도 컸을 터. 뮤지컬 배우로서의 첫 작품 ‘광화문연가’ 역시 여러 이야기들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누구나 처음 하는 일은 겁없이 멋모르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광화문 연가’는 그저 시켜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가요로 익숙했던 노래들을 대사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웠고 뮤지컬론 기본적인 준비가 안됐었기 때문에 다시 해보고 싶을만큼 부끄러워요.”

주크박스 뮤지컬이어서 많이 벗어나지 않아 수월할 줄 알았지만 그저 길이 어디로 나있는지도 모르고 무대에서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그저 시키는대로만 한 것이 최선이었다. 내성적인 한상훈이라는 극중 인물 역시 비슷한 성격도 아니었고 베테랑 연기자가 아니라 인물을 소화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도 할 수 있었던 건 뜨거운 주전자에 손을 대는 아기마냥 겁이 없었기 때문.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 연기들을 다 해냈는지 스스로도 물음을 던진다.

첫 작품이라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는 조성모. 하지만 ‘광화문 연가’는 지방 투어에 일본까지 진출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그 때보다 공부도 많이했고 준비도 많이했다. 다시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소망도 크다.

가수도 뮤지컬 배우도, 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다.

“이젠 운명따라 순리대로 가는가 보다, 해요.”

▶날 바꾸는 작품, ‘무대에선 진실만을 말하라’=조성모가 처음 ‘요셉 어메이징’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 그는 “제가 뮤지컬 배우를 해도 될까요”라고 되물었었다. 공연을 시작하고 1, 2회까지 긴장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조금 달랐다. 아픈 만큼 보다 성숙해졌고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에 욕심이 넘쳤던 연기는 마음을 조금 비웠다. 가수 데뷔 15년. 무대에서 또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가수들은 혼자 공연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거든요. 15년간 가수 생활을 했는데 (배우로서)새롭게 보컬 트레이닝도 받고 너무 감사하죠. 연기도 학교에 가서 몇 년을 배우는 건데 선배님들도 바쁘실텐데 가르침을 주고 계세요.”

지적하며 바로잡으라는 말을 듣는 순간만큼 고마운 상황이 없다. 어떻게 바꿔야 할 지 모르고 넘어갈 수 있었던 것들, 연기나 걸음걸이, 서있는 것까지 지도도 받았다. 스스로도 논문이나 블로그를 찾아 공부한다. 그는 직접 인쇄하고 파일로 정리해 밑줄에 별표까지 치며 공부한 것을 보여주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제가 보면서 머리를 친 말이 있어요. ‘두 발을 땅에 굳게 딛으라. 허리를 곧게 펴라. 그리고 진실만을 말하라.’ 메소드 연기의 거장인 한 배우가 한 말인데 배우 뿐만 아니라 가수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진실로 관객을 대할 때 관객들도 그걸 느껴주시겠죠.”

신인 마음으로 돌아갔다. 진실을 전하는 것, 무엇보다 가장 큰 배움이다.

▶새로운 운명찾아 이젠 꿈꾸는 요셉이 되어…=뮤지컬 계의 두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 콤비가 만든 ‘요셉 어메이징’은 성서에 나오는 야곱의 아들 요셉의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형들의 시기와 질투, 역경을 딛고 꿈을 노래하는 무대 위 조성모의 모습에서 요셉이 간간이 보인다.

“제가 5남매 중에서 막내거든요. 늦둥이로 태어나 자랐어요. 저희집은 부자가 아니라 귀한 것만 입진 않았지만 기대를 많이 해주셨죠. 막내 늦둥이에게 형들이 못한 것을 기대하게 되잖아요. 요셉도 그런 역할이거든요. 둘도 없는 막내아들.”

실은 요셉을 닮았다기보다 닮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다. 아픔과 상처가 많은 사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꾸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사는 것.

“지금 제게 필요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요셉의 마음일 거예요. 언제나 꿈을 꾸는 마음이거든요. 가수 생활 15년을 하면서 어느 순간 이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내가 꿈이 있나, 더 뭘 해야 하지’라고요. 제게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해보니 그게 꿈이었어요. 그동안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잊고 살았고 꿈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았죠.”

그런데 ‘요셉 어메이징’이 그의 꿈을 찾아줬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꿈이다.

“1주일 전만 해도 이런 얘길 못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도 뮤지컬 배우로서 꿈이 생기더라고요. 다시 공부하고 발성책을 보고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무대 배우가 해야 할 일을 스크랩하고, 가수로서도 이렇게 해 본적이 없었어요. 15년 간 잃었던 어떤 것을 찾게 되고 다시 꿈을 꾸게 된 것 같았죠.”

거창한 무대에서 어떤 대단한 배우가 되겠다는 건 아니다. 그저 맡겨진 무대를 충실히 할 수 있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순간 삶의 이유를 찾을수 있는 그에게 무대는 희망이자 자신을 찾는 관객들에게 보답하고 반대로 관객을 응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시작은 소박한 꿈이었다. 글을 쓰거나 조그만 장사를 하는. 어쩌다 보니 작곡가 이경섭 아래서 연습생 생활을 했고 가수가 됐고 뜻하지 않게 사랑을 받아 15년간 가수생활을 했다. 자신의 마음과 싸우고 있을 때쯤 찾아온 뮤지컬. 꿈을 찾아주려고 왔는지, 그렇게 ‘요셉 어메이징’이 다가온 것도 순리고 운명이라 생각한다.

조성모의 꿈을 찾아준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은 다음달 11일까지 서울 잠실의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