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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라 만사이의 ‘맥베스’, 전통의 대중화와 고민의 산물
“고전과 현대 양쪽을 모두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국내 전통공연이 소수의 마니아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일본도 노(能)와 교겐(狂言)같은 전통극 역시 약간 거리감이 있는 분야다. 대를 이어 노와 교겐을 계승하고 있는 노무라 만사이(47ㆍ野村萬斎)는 일본 전통극의 전승과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대중과 소통하는 예술가다.

지난 13일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노와 교겐으로 재해석한 작품 ‘맥베스’를 공연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는 “교겐이나 노가 갖고 있는 성격이 깊고 넓어 많은이들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극적인 부분을 넓히고 싶다면 ‘맥베스’를, 무용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싶다면 ‘볼레로’를 소개한다”고 했다.

일본 중요무형문화재 종합지정자로 세타가야 퍼블릭 씨어터의 예술감독인 그는 영화 ‘음양사’,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란’ 등에 출연했다. TV예능프로그램과 어린이 방송에도 나가 활약하며 엔터테인먼트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고 있다.

 

연극 뿐만 아니라 무용, 현대미술까지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는 그는 사진작가 스기모토 히로시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통극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런 측면에 있어 ‘맥베스’는 익숙한 텍스트를 통해 전통극을 알리는 한 방법이다. 지난 2008년에 낭독공연으로 시작, 2010년 초연한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장르인 교겐과 노를 모두 사용해 인간과 신, 현재와 내일을 이야기한다.

맥베스 부부와 세 마녀가 연기하는 것이 셰익스피어 작품과는 다른점이라고 소개한 그는 미시적인 노의 시선과 거시적인 교겐의 시선을 담아 인간과 삼라만상(신)을 맥베스 부부와 세 마녀의 대결구도에 접목했다. 상반된 존재의 이면성, 인간의 욕심 등이 이 작품에 담겨있다.

“인간 입장에선 마녀가 나쁘지만 마녀 입장에선 인간이 나쁘죠. 내일을 쾌적하게 만들고 싶다는 건 인간만이 가진 생각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 도호쿠 대지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인간은 밤에도 활동하고 싶어 원전을 만들었고 전력의 생산과 더불어 핵폐기물이란 부정적 유산도 만들어집니다.”

교겐이란 거시적 입장에서 보면 인간도 하찮은 존재, ‘옳은 것은 그르고 그른 것은 옳다’는 원작의 의미와 상반된 두 가지가 공존하는 순간을 무대에 담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말에 담긴 속뜻인 듯 했다.

만사이는 이 ‘맥베스’로 도쿄, 오사카, 서울, 뉴욕 4개도시 투어에 나섰다. 그는 “셰익스피어는 가장 유명한 극작가고 많은 사람들이 아는 ‘맥베스’를 하면 일본만의 특징이나 연출의 특징이 더욱 잘 드러날 것 같단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해외 공연을 염두에 두고 연출도 새롭게 했다.

“초연같은 경우 지구를 반으로 자른 모습의 구조물에 쓰레기를 가득 쌓아 놓은 세트를 만들었지만 이번엔 노나 교겐을 만드는 방식으로 일상적인 테이블로 변경, 헝겊 정도만 씁니다. 노나 교겐은 불친절하기 때문에 공연을 보는 관객은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는 노는 전문기술이 많이 필요해 인기도가 떨어지지만 교겐은 일상 대화가 섞여 있어 적응력이 좋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알만한 희극적 이야기가 교겐, 심각하고 비극적인 오페라가 노라고 했다.

지난 2001년 셰익스피어의 ‘실수연발’을 재해석한 ‘실수연발의 교겐’으로 셰익스피어 파헤치기를 시작한 그는 망령, 신의 존재를 표현하는데 익숙한 전통극의 장점을 발판삼아 ‘맥베스’를 만들어냈다. 그가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맥베스’는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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