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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리, 꼭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황금빛 해넘이·우붓 예술거리·서퍼의 열정으로 가득한 힐링의 천국…먹고 마시고 사랑하기에 이만한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최근 새로 생겼다는 리조트는 모든 걸 갖추고 있었다. 낭만적인 해넘이를 보며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야외 바, 바다를 보며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넓직한 수영장, 우아한 분위기에서 발리 전통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스파, 초대형 부페 레스토랑, 신나는 밴드 사운드에 맞춰 마음껏 흔들 수 있는 ‘핫’한 클럽까지. ‘발리스러운’ 풀빌라의 인기가 살짝 사그라지면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건 게스트하우스와 초호화 리조트다. 숙소 뒤편에 펼쳐진 누사두아 해변은 숙박객 전용이다. 호젓하다. 나가면 사람만 많겠지. 먹고, 마시고 또 마신다. ‘이게 웬 호사냐’ 싶다.



#1 조인성ㆍ줄리아 로버츠ㆍ‘장고’ 커플…발리에 관한 단상 3가지=떠나기 전 발리에 대한 각인은 3가지였다. 조인성이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흐느끼는 장면이 유명한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ㆍSBS)과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이하 먹기사ㆍ2010)의 배경지 그리고 ‘장고(장동건-고소영)’ 커플의 신혼여행지였다는 것. 물론 2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2년 테러에 대한 기억도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선 주인공 모두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하지만 발리에 대한 단상은 줄리아 로버츠가 보여준 환상이 훨씬 강렬했다. 번잡한 뉴욕을 떠난 한 여인이 이탈리아에서 먹고, 인도에서 기도한 후 발리에서 사랑을 찾는다는 이야기.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니 말끔한 리조트를 벗어나고 싶었다. ‘발리스러운’ 것은 이미 옛 유행이 되었다지만, 촌스러운 ‘그것’을 만나보고 싶었다. 7시간을 날아왔다. 리조트에만 머문다면 그게 ‘비극적인 최후’다. 


발리 남동쪽 누사두아 해변에서는 은은한 보라빛 석양을, 남서쪽 꾸따 해변에서는 강렬한 붉은 낙조를 볼 수 있다. 낭만적인 발리의 해넘이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파란 하늘 아래보다 해지는 바닷가에는 더욱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하루 종일 파도와 노닐던 서퍼도 보드를 내려놓는 시간. 사진은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NEX-6로 찍은 꾸따 해변의 모습.

#2 몸 좋은 ‘오토바이 남’을 뒤쫓다 서퍼의 천국에 이르다=택시를 탔다. 영화 속 줄리아 로버츠가 머물던 우붓으로 가달라고 했다. 발리 전통 주택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와 감각적인 갤러리, 독특한 기념품 가게가 즐비한 곳이다. “어디서 왔니?” “한국” “반가워, 이렇게 혼자 택시를 잡는 경우는 보통 유럽인인데”…. 발리의 택시기사는 영어가 상당히 유창하다. 장기간 머무르는 유럽ㆍ호주 관광객을 상대하다보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급 리조트가 밀집한 누사두아 지역을 막 벗어나는데, 근육질 상반신을 드러낸 서양 남자 4~5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간다. 서핑보드를 들고 있다. “쫓아가자” 방향을 틀었다. 남서쪽 ‘빠당빠당 비치’다. 커다란 바위 계곡을 따라 20m쯤 내려가니 한적한 아지트가 나온다. 발리는 서퍼의 천국이다. 초보부터 고수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을 만큼 때로 적당히 높고, 때로 적당히 얌전한 파도를 가지고 있다. 서퍼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최적의 파도’를 찾아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다를 옮긴다. 몸 좋은 ‘오토바이남’이 슬슬 몸을 푼다. 서핑 타임.

#3 5000원짜리 ‘코피루악’과 발리 전통음식 ‘바비 굴링’=서퍼에게 눈을 팔다가 다시 우붓으로 향했다. 누사두아에서 우붓까지 곧장 달리면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도중에 배가 고파 ‘나시 고렝(인도네시아 볶음밥)’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택시기사는 “그건 진짜 발리음식이 아니다”며 ‘바비 굴링(돼지고기 바비큐)’을 먹으란다. 4달러에 돼지고기 수프, 곱창 튀김, 사테(꼬치구이)까지 나온다. 특유의 돼지 비린내가 미감보다는 후감을 더 자극한다. 체험으로 족한 한 끼의 식사. 먹고 나니 텁텁한 커피 생각이 난다. 다시 딴길로 빠진다. 커피농장이다. 발리는 사향고양이 배설물 속 커피콩으로 만든 ‘코피루악’이 유명하다. 국내에선 한 잔에 3만~10만원이라던데, 여기선 단돈 5000원. 우붓까지 가는 길 곳곳에는 3~10m에 이르는 거대한 인형이 있었다. 험상궂은 듯 익살스러운 표정이 착해 보인다. 3월 12일은 힌두교도가 대부분인 발리의 ‘새해’다. 11일 전야제에 불태울 ‘착한 인형’을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12일 자정부터는 섬 전체가 암흑이 된다. 비행기도 뜨지 않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나쁜 악령’은 섬이 빈 줄 알고 떠난다.



#4 우붓 예술거리를 걷고, 꾸따 해변에서 붉은 해넘이를 만나다=우붓 왕궁과 시장 사이에 난 도로를 따라 원숭이숲(몽키포레스트) 입구까지는 30여분이면 걷는다. 기웃기웃거리며 농땡이를 부리니 1시간을 훌쩍 넘겼다. 골목 사이에 숨은 게스트하우스, 프랑지파니 꽃그림이 가득한 화랑 그리고 개성 넘치는 옷가게. 가구와 기념품을 파는 곳도 많다. 곧 낙조 시간이다. 누사두아 반대편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꾸따 비치로 가자고 했다. “차가 밀리면 나도 몰라. 보장 못해”한다. 서핑 제품과 의류가게가 밀집한 꾸따 스퀘어에 차를 세웠다. 사람들이 분주히 걷는다. 도로 건너편에 수평선이 보인다. 발리섬 남서쪽, 해는 바다 위로 바로 떨어진다. 붉다. 누사두아의 우아한 연보라빛 해넘이와는 또다른 강렬함이 있다. 조용히 사색하는 현지인과 관광객 사이에 앉았다. 가만히 있는 그 자체가 ‘기도’다. ‘힐링’이다. 꾸따 스퀘어로 돌아오다 국내에 아직 미입고된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발견했다. 영국 왕세손비 미들턴과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도 즐겨 입는다는 ‘칩시크(싸면서도 멋진)’ 스타일의 바로 그 옷. ‘지름신(충동구매)’이 왔나. 지갑이 스르륵 열린다. 예상치 못한 ‘비극적인 최후’다.



발리(인도네시아)=글ㆍ사진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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