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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력 계급장 떼고 능력 갖고 한판 붙자”
<화제의 책>고졸인생을 위한 ‘한국의 아웃라이어들’ / 김영상 지음



[헤럴드경제=남민 기자]고졸(高卒). 이 단어만큼 우리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는 단어가 있을까. 이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대졸 아니면 푸대접을 받는 분위기가 돼 왔다. 고졸 인생은 일찌감치 루저(Loser)의 낙인이 찍혔다. 가난해서, 아니면 공부 아닌 다른 길을 찾기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지만 대졸과의 차별 속에서 끙끙 앓을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시대의 고졸.

이런 고졸자들을 위한 희망가가 나왔다. 책을 통해서다. 고졸 인생을 위한 책, ‘한국의 아웃라이어들-학력파괴로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북오션ㆍ김영상 지음)이 바로 그 희망의 노래를 불러준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거쳐 국무총리실장에 오른 김동연 내정자, 아시아인 최초로 자동차 명가 BMW그룹 본사 임원에 오른 김효준 사장, 국내 최고 세탁기 박사 조성진 LG전자 사장, 홍대 청바지팔이에서 동대문을 거쳐 한국인 최초 프랑스 쁘렝땅백화점에 입성한 최범석 디자이너 등등.

17명의 성공한 고졸 인생은 외친다. ‘학력은 능력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학력을 쫒지 말고, 꿈을 쫒아라’고.

이들은 고졸 학력의 장벽을 악으로, 깡으로, 때론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며 극복했다. 그래서 이들을 ‘아웃라이어(일반 범주의 틀을 깨고,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 성공한 이들)’로 칭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 역시 고졸 출신의 사회경험을 겪었다는 것이다. 김영상(헤럴드경제 산업부 기자) 저자는 마이스터고(수도전기공고)를 졸업후 1985년 한국전력에 입사했다. 고졸 사원으로 일하다가 고졸이 ‘주홍글씨’임을 깨닫고 절망하다가, 대학을 진학해 언론사 기자가 됐다. 고졸 인생의 경험자가 고졸 아웃라이어들의 인생을 ‘공감대’의 눈으로 직시하고 이를 전달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책은 진솔하다.

이 책은 고졸인생의 단순한 성공담 소개가 아니다. 대학 간판의 거품을 빼고 학력파괴시대를 앞당겨야 사회가 살고, 나라가 산다는 절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간판을 향해 치닫는 사회는 저성장시대 최대의 적이 될 것이며,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절실한 감성도 담았다. 


저자 김영상 씨가 자신의 저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졸인생 대표주자 17명의 인생 개척 DNA를 따라가다보면 삶을 향한 도전의식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멘토’가 없는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유효해 보인다.

이 책이 조명받는 이유는 작금의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고졸채용이 사회적으로 큰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학력은 거부할 수 없는 조건 중 하나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국내 20~30대 남녀 직장인 314명에게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건’을 물었더니 가장 많이 꼽힌 것(26.1%)이 ‘학벌과 출신 학교’였다. ‘인맥과 대인 관계 능력’(24.2%)은 두 번째였다. 통상 인맥에서 학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국내 청춘남녀는 여전히 출세의 지름길을 ‘학력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인맥’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슬픈 현실이다.

모두가 여전히 학력벽에 갇혀있다보니 사회적 낭비도 심하다. 대학 간판만을 따기 위해 버려지는 막대한 돈이 대표적이다. 이에 학력의 파괴는 저성장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당위성으로 부상했다. 전세계적으로 ‘학력 파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저자는 일찌감치 고졸인생들을 집중 탐구했다고 한다. 수년간 정치현장, 산업현장 등에서 겪은 일, 만난 사람 얘기를 기록해 놨다가 책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의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멘토의 길을 조금이라도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고 한다.

진솔한 인생을 살고 있는 멘토를 만나고 싶은 청소년, 사회 초심을 잊지않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suntopi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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