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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北 어쩌지 못하는 ‘중국의 딜레마’
중국 춘추시대 말엽 진(晉)나라 헌공은 괵나라를 공격할 야심을 품고 우나라 우공에게 괵나라를 치고자 하니 길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우나라의 궁지기라는 신하가 헌공의 속셈을 알고 반대하고 나섰다.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몸과 같아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 또한 같은 처지가 됩니다. 옛말에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했는데 괵나라와 우나라의 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결코 길을 빌려주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뇌물에 눈이 먼 우공은 그를 무시했고 결국 진나라는 괵나라를 정벌하고 우나라도 쳤다.

그동안 혈맹관계로 불리던 북중 특수관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부터다. 북한에 단단히 화난 중국에서 반북시위가 등장하고 중앙 정부차원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철저히 집행하라는 지시가 내려가는가 하면, 북·중 국경지대에서 통관·검색 강화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급기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가 발행하는 쉐시스바오(學習時報)의 덩위원(鄧聿文) 부편집장이 ‘북한 포기론’까지 제기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한 장성은 “북중관계는 한미일 관계처럼 군사동맹이 아니다”고 발언해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희석시켜려는 입장을 보였다. 1961년 조중우호협력상호조약의 자동군사개입 조항의 폐기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북한은 3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의 문턱에 진입해 있다. 이런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 중국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안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보다는 현상유지가 전략적 목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연일 미국과 남한을 겨냥, 전쟁 위협을 거듭하고 국지전 우려까지 고조된 상황에서 압박전략만 구사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리바오둥(李保東)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2094호 결의 채택 직후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제재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기위한 절차라고 강조한 것도 중국 정부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션타임스(FT)는 최근 오랜 동맹국인 북한에 대한 중국측 불만이 상당히 고조되는 분위기지만 공식적으론 신중하게 반응하는 이런 미묘한 상황을 두고 중국이 직면한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11일 보도했다.

중국정부는 그간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들었지만 얻은 것은 3차 핵실험 강행이었다. 중국은 과거 북한의 1,2차 핵실험 직후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번번이 ‘불성실하게’ 임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의 구멍’으로 눈총받았다. 북한의 전체 대외무역에서 60% 이상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데다,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의 주요기관과 기업들이 중국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중국이 제재를 하지 않다보니 사실상 제제효과는 없었다. 중국은 이제 북한에 더이상 당근이 무의미하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북한 지도부가 핵을 포기하도록 하려면 채찍을 들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안보리 결의 이행 수준을 강화하면 당장 북한에는 실질적인 고통이 따르게 된다. 유엔제재결의 2094호는 금융, 해운제재 등 많은 분야에서 기존의 권고사항을 의무사항으로 바꿔 놓았으므로 만일 중국이 철저히 집행하기만 한다면 큰 대북 압박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이 안보리 제재결의를 어느 수준까지 가져갈지 주목된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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