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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멜빵 패션
배우 조인성이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선보인 멜빵 패션에 여자들의 시선이 꽂히고 있다. 피트한 셔츠에 날씬한 멜빵(서스펜션), 편안한 재킷과 헐렁한 코트 자락까지 라인을 꼼꼼히 쫓으며 여자들은 저울질한다. “과연 내 남자에게 저게 어울릴까?”

“작달막한 아저씨들이여, 제발 멜빵만은 말아 달라”는 인터넷 댓글이 우세하지만 모르는 말씀이다. 멜빵만큼은 외모를 따지지 않는다.

‘언론계 전설’로 불린 미국 CNN방송의 간판 프로그램 ‘래리 킹 라이브’의 진행자 래리 킹은 멜빵을 빼곤 설명할 수 없다. 세상의 유명한 사람은 다 만났다는 그의 대화법의 비밀은 바로 멜빵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잔뜩 긴장한 초대손님이 하고 싶은 말, 속말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멜빵은 무장해제시킨 것이다.

광고 천재, 데이비드 오길비는 멜빵을 가장 잘 활용한 인물이다. 오길비의 트레이드마크는 빨강 멜빵. 그는 주위의 시선을 끄는 극적인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광고주인 80대의 헬레나 루빈스타인의 차가 물웅덩이 가운데 서자 얼른 달려가 자신의 재킷을 깔았다는 일화는 낭만적이다. 정장을 입어야 하는 행사에 스커트 킬트를 입고 나타나기도 했던 그의 패션은 일종의 자기 광고였다. 영국의 팝아트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멜빵도 ‘멜빵의 귀재’ 대열에 넣을 만하다. 카메라 옵스큐라의 비밀을 밝혀냈던 호크니는 복사기를 이용한 판화를 제작하고, 최근에는 아이패드를 이용한 작업을 유쾌하게 펼치고 있다. 멜빵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이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다. 백남준은 예술 테러리스트로 활동했던 젊은 시절부터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했던 말년까지 평생 멜빵을 고수했다. 소년의 감성과 호기심, 모험이 이들을 관통하는 멜빵의 메시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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