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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전 그 마을 사람들은 다 어디로…
연극 ‘푸른배 이야기’ 24일까지
사방이 막혀 어느 하나 왕래가 쉽지 않았던 작은 마을, 동서남북 바다로, 산으로, 논으로 막혀 증기선과 버스로 찾아가야 하는 조그만 어촌 마을에 30년 전 한 손님이 찾아왔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소박한 이곳 사람들. 통통배 선생님 김성식은 이들과 함께 3년을 살았다. 마을을 지나는 수로를 따라 낡은 푸른배를 타고다니며 그들 사이에서 이방인 같지 않게 살아가는 통통배 선생. 그가 관찰하며 기록했던 많은 것들이 아련히 남았다. 연극 ‘푸른배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그들을 바라본 통통배 선생의 말을 통해,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10개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각각의 인물과 저마다의 사연은 구구절절하지만 때론 웃음도 준다. 칠복이 할아버지에게 오래돼 모습도 이상하고 부실하기까지 한 낡은 쪽배를 강매당한 통통배 선생은 이후 그 배를 타고 마을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거지처럼 아무 데서나 먹고 자는 말순이, 도박하는 부부의 싸움, 고기잡는 아이들, 19세 순수한 청년의 사랑, 배에서 혼자 살며 미친 사람 취급 받지만 늘그막까지 18세 순정을 간직한 노인 등.

 
연극‘ 푸른배 이야기’는 10개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 개발로 사라진 어느 외딴 마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사진제공=국립극단]

무작정 떠나 30년 만에 다시 돌아온 마을은 개발로 새 건물이 들어서고 어느새 다른 곳이 됐다. 사람들은 죽고, 떠나고, 통통배 선생을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무너진 전봇대, 허물어진 집. 푸른배를 타고 다녔던 소래강도, 수로도 더러운 물로 가득 찼고 예전 마을은 모두 폐허로 남았다.

작품은 정의신이 야마모토 슈고로의 소설 ‘아오베카 모노가타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인천 남촌 도림동을 그 배경으로 삼았지만 실제론 지명만 따온 상상속의 마을이다.

통통배 선생은 에피소드마다 스케치북을 넘겨받으며 매번 바뀐다. 조명과 무대는 단순하고 무대 중앙의 마루는 집, 주점, 식당, 배, 영화관이 된다.

오래된 어촌 분위기를 만드는 정겨운 세트가 눈에 띄며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빨래 사이로 밧줄, 통발, 어구 등이 곳곳에 숨어있다. 녹슨 슬레이트 지붕, 낡은 벽면, 나무 마루, 마루 아래 숨겨진 작은 소품들, 작고 쓸쓸한 마을이 눈앞에 있다.

하지만 옴니버스식 구성에 많은 수의 이야기를 담은 나머지 띄엄띄엄 동떨어진 느낌, 짧은 이야기에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몇 개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뤘으면 했던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어촌마을 사람들의 거칠지만 소박한 이야기, 극단을 오르내리는 격한 감정은 없지만 미소와 진지함으로 내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정의신 작ㆍ연출, ‘푸른배 이야기’는 24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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