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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후원 끊긴 세실극장, 힘겨운 홀로서기…
37년 역사 한국 창작극의 산실
1년전 기업후원 끊겨 운영 애로

기획공연·콘서트 등 변화 의지
‘제2 학전’ 우려…관심·후원 절실




덕수궁 돌담을 마주한 세실극장. 뒤로는 아담한 뜰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 있고, 극장을 조금만 걸어 나오면 시청 앞 광장과 하늘 높이 솟아있는 빌딩숲이 나타난다. 도심 속 작은 정원 같은 230석 아담한 규모의 극장, 한국 현대문화의 요람이자 창작극의 산실이었던 세실극장이 기업의 후원이 끊긴 후 힘겨운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19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곳의 간판은 지난해 4월 ‘한화손보 세실극장’에서 세실극장으로 바뀌었다. 기업의 후원이 끊기면서 후원기업의 이름을 떼어내고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다. 그런 후 1년이 되어가고, 최근엔 자체 기획공연 ‘소라별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김민섭 세실극장 대표는 “지난 한 해를 힘들게 보냈다”며 “다시 한 번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기획공연 ‘소라별 이야기’는 시골 아이들과 서울 소녀의 만남과 헤어짐, 그 속에 있던 아이들의 갈등과 화해의 순수한 동심이 살아있는 연극이다. 등장인물 모두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가면극으로, 지난해 7월 독일 에센에서 열린 신체연극 축제인 ‘폴크방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했다.

 
연극 ‘소라별 이야기’.                                                                                                                                            [사진제공=씨어터오]

혼신을 기울인 기획공연으로 새로운 문화적 영감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의 머릿속은 어려운 극장 운영 때문에 복잡하기만 하다. 후원이 끊겨 대관료를 전보다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공연을 올리는 극단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세실극장은 1976년 320석 규모로 개관해 이듬해 연극협회가 연극인회관으로 사용하며 1~5회 대한민국연극제가 열렸던 유서 깊은 곳이다. 1981년부터 1997년까지 제작그룹 마당이 인수해 한국 창착극의 산실로 자리를 잡았다. 최대 수난기는 IMF 금융위기 당시로 세실극장도 재정난에 직면해 1년간 휴관하기도 했다. 건물주인 성공회 측이 당시 사무실로 개축하려던 것을 우여곡절 끝에 1999년 연출가 하상길과 극단 로뎀이 인수해 운영해 왔다. 당시 국내 최초로 네이밍 스폰서십을 도입해 제일화재해상보험의 후원을 받아 극장 이름은 제일화재 세실극장이었고, 2010년 한화손해보험이 제일화재를 인수하며 이름이 바뀌었다.

‘연극처럼’ 극장을 지킨 지 13년. 지난해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 ‘노래하는 늙은 부부 이야기’, 넌버벌 퍼포먼스 ‘비밥’ 등을 꾸준히 무대에 올렸지만 극장 운영은 쉽지 않았다. 한국 대중문화가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열풍에 휩싸여 있는 것과 달리 아직도 연극이나 소극장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김 대표는 “콘서트도 생각하고 있다”며 변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연극을 많이 도와줘야 한다”며 “후원기업도 찾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세실극장이 최근 문을 닫은 17년 역사의 학전그린소극장과 같은 운명을 맞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극장 자체의 노력은 물론 기업을 포함한 사회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해 보인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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