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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에서 느껴보는 사랑…영화와 미술이 교직된 ‘Love Actually’展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사랑이 싹트는 봄을 맞아 사랑을 다룬 전시가 열린다.

서울미술관(관장 이주헌)은 오는 14일 ‘Love Actually’전의 막을 올린다. ‘Love Actually’는 서울미술관이 개관 후 선보이는 세번째 전시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관객친화적 전시, 마음 편히 감상할 수 있는 전시를 지향한 탓에 이번 전시는 난해하지 않다. 머리를 쥐뜯어가며 개념을 파악할 필요도 없고, 감춰진 메시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할 필요도 없다. 그저 마음의 문을 열고, 벽면에 투영되는 영화 속 낯익은 귀절을 읊조리며 작품들을 즐겁게 감상하면 된다. 


‘Love Actually’전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 6편의 영화에서 출발했다. 영화 속 사랑을 씨실로, 작가들의 빚어낸 작품을 날실로 현대인의 삶 속에 깃든 사랑을 다시한번 조망해보는 전시다. 즉 사랑을 테마로 한 영화 속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토대로, 이를 미술작품을 통해 재해석해보는 자리인 것.

사랑의 시작, 소년 소녀의 순수한 사랑, 영원한 사랑, 육체적인 사랑, 집착과 소유로 일그러진 사랑, 사랑이 끝난 후 등의 내용을 담은 전시는 총 6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섹션은 내용에 따라 ‘사랑해도 될까요?’, ‘소년, 소녀를 만나다’, ‘그대와 영원히’, ‘유혹의 소나타’, ‘미친 사랑의 노래’, ‘사랑, 그 후...’라는 타이틀이 붙여졌다. 사랑의 관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가요에서 제목을 살짝 빌려왔다.

‘사랑해도 될까요?’ 섹션에서는 오정선, 윤성지, 윤가림, 구현모 작가의 작품과 영화 ‘도쿄타워’, ‘아멜리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건축학개론’의 조합을 통해 남녀가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오정선 작가는 여러 도수의 둥근 안경알을 가림막처럼 이어붙인 투명한 설치작업을. 윤가림 작가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두개의 자전거 안장을 하나로 연결한 조각을 내놓았다. 이들 작품은 서로 다른 길을 달려오다가 새로운 출발선에 선 연인을 연상케 한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섹션에서는 문혜정, 구성연, 이상선,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이 나왔다. 작품들은 영화 ‘하나와 앨리스’, ‘작은 사랑의 멜로디’, ‘아홉살 인생’, ‘마이걸’과 짝을 이뤄 어린 시절 순수했던 사랑의 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대와 영원히’ 섹션에서는 김택상, 천경자, 고상우, 임정은의 작품과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더 리더: 책읽어주는 남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접목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출현을 성찰케 한다. 사랑의 짜릿하면서도 아픈 경험이 우리의 가슴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사랑의 ‘영원성‘(eternity)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지 반추해보는 코너다.

‘유혹의 소나타’ 섹션에서는 손정은, 장지아, 이이남, 이호련의 작품과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색, 계’, ‘녹색의자’, ‘은교’를 통해 육체적 사랑과 에로티시즘이 빚어내는 변화무쌍한 드라마를 탐색해볼 수 있다. 이밖에 ‘미친 사랑의 노래’에서는 고명근, 김성진, 마크 퀸, 최욱경, 이림의 작품이, ‘사랑, 그 후…’에서는 정보영, 데미안 허스트, 정세라, 박승훈, 홍승혜의 작품이 내걸렸다. 참여작가 국내외 작가 27명이며, 출품작은 회화, 설치, 사진, 미디어 등 32점이다.


‘관객 친화적 전시’를 지향한 탓에 이번 전시는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작품들이 모였다. 동양화와 서양화, 평면과 입체, 전통 미디어와 뉴 미디어가 망라됐고, 한국작가와 외국작가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주헌 관장은 “사랑으로 바라보면 세상 만물이 다 의미가 있고, 아름답게 보인다. 미술 작품도 그렇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풍요로운 감상을 할 수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촉촉한 가슴으로 세상을 바라보듯, 작품을 촉촉한 심정으로 바라보면 직관이 작동하고, 느낌이 새로와진다"고 했다. 이어 "미술사와 미술이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전시이니 오솔길 걷듯 미음완보(微吟緩步)하며 나 스스로를 채우는 진정한 ‘감상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했다.

‘Love Actually’에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도 있다. 프롤로그를 장식하는 작품은 로버트 인디애나의 경쾌한 조각 ‘LOVE’이며,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의 강렬한 입술소파 ‘Mae West Lips Sofa’이다. 소파 옆에선 전시에 등장한 영화와 명화 속 키스장면을 모은 편집 영상이 상영된다. 이 곳에 조성된 키스 존에서 관람객들은 키스를 나눌 수 있다. 미술관측은 관람객들의 키스장면을 촬영해 이멜이나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줄 예정이다.


또 결혼을 앞둔 연인들을 위한 프로포즈 이벤트도 진행되며, 매주 토요일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3층 매트릭스홀에서 사랑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다. 4월 13일에는 ‘예술과 영화, 사랑에 빠지다’라는 제목으로 유경희 미술평론가와 심영섭 영화평론가의 강연도 열린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한편 서울미술관은 새해들어 상설 전시도 새롭게 꾸몄다. 상설전(연중 관람 가능)의 타이틀은 ‘우보천리(牛步千里)’. 개관전에 나와 화제를 모았던 이중섭의 ‘황소’가 다시 내걸렸다. 박수근의 국전 특선작 ‘우물가’도 나왔다. 박수근 작품으로는 드물게 큰 작품으로, 서울미술관이 자랑하는 소장품의 하나다. 그밖에 나혜석, 도상봉, 이인성, 박고석, 유영국, 장욱진, 이대원, 천경자의 작품 20여점도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 성인 1만원. 02-395-0100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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