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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팡 · 삼총사가 누비던, 바로 그 ‘낭만 파리’
블루스퀘어서 르블랑의 ‘아르센 루팡’-충무아트홀선 뒤마의 ‘삼총사’…모리스 르블랑-알렉상드르 뒤마, 프랑스 대문호 뮤지컬로 마주하다
프랑스 파리에선 과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수많은 소설과 영화, 음악극의 무대가 되었을까. 16세기 신교와 구교의 싸움이 극렬했고, 17세기엔 절대왕정의 본거지였다. 18~19세기엔 산업혁명과 함께 세계를 뒤흔든 시민혁명이 펼쳐졌다. 세계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변화의 중심이자 낭만의 도시이기도 했다.

오랜 역사 속에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파리, 많은 작가들에 의해 이곳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태어났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두 도시 이야기’ 등이 오랜 시간을 거쳐 소개되고 읽혔다.

소설이 갖고 있는 원작의 힘 때문인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도 여럿 나왔고, 최근엔 비슷한 시기에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와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루팡’ 시리즈가 파리의 숨겨진 신비와 낭만을 뮤지컬로 전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문호가 마주하다…모리스 르블랑과 알렉상드르 뒤마의 뮤지컬 대결=지난달 14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아르센 루팡’은 추리소설 작가 르블랑의 작품 여러 편을, 지난달 20일부터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 ‘삼총사’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문호 뒤마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뮤지컬 ‘아르센 루팡’ [사진제공=PMC프러덕션]

남자라면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그 이름, 남자 셋이 모이면 무조건 삼총사다. 넷이 모여도 삼총사를 만든다. 어차피 중심이 되는 인물은 네 명이기 때문.

성미 급한 촌뜨기 달타냥, 듬직한 리더 아토스, 여자 못지않은 미모의 소유자 아라미스, 힘센 의리의 사나이 포르토스, 네 등장인물의 성격이 너무나 분명하다. 뮤지컬 역시 원작 속 등장인물의 성격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야기의 시작은 달타냥일지 모르지만 극의 전개는 ‘모두는 하나다(One For All, All For One)’라는 말로 통한다.

4대1, 등장인물로는 루팡이 조금 밀린다. 하지만 넷이 하나인 ‘삼총사’라면 하나가 여럿이 되는 변신의 귀재 ‘아르센 루팡’은 일당백, 해볼 만하다. 셜록 홈스에 비견할 날카로움, 로빈 후드를 뛰어넘는 유쾌함과 매력을 가진 루팡은 변신의 귀재,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괴도로 불리는 의적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쫓는 탐정과 경찰이 주인공이 아닌 도적이 주인공이라는 점, 남의 것을 훔치면서 다른 이를 돕는 선과 악의 경계에서도 자신 있게 의적이라고 말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르블랑은 1905년 ‘아르센 루팡 체포되다’를 시작으로 16편의 장편소설과 중단편작 37편, 희곡 4편을 1939년까지 쏟아냈다. 매년 한두 편씩 꾸준히 30여년간 모습을 바꿔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온 주인공 루팡은 20세기 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 도둑이었다.

대신 뒤마는 생애 250여편의 작품을 썼다. 그중 ‘삼총사’는 가장 대표적인 소설. 호탕한 네 호걸의 이야기는 벌써 여러 차례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꿈을 부풀게 했다. 장편 모험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저술하기도 했으며 올 상반기엔 어느새 또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기다리고 있다.

뮤지컬 ‘삼총사’ [사진제공=엠뮤지컬]

▶원작은 잊어라, 충무아트홀의 ‘삼총사’=절대왕정이 꽃피우기 직전의 17세기 프랑스, 루이 13세가 집권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삼총사’는 여러모로 원작과는 조금 다르다.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모두 담기엔 시간이 짧은 탓도 있겠지만 오페라 가수 아라미스, 해적왕 포르토스, 술집 주인의 딸 콘스탄스는 소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전직을 갖게 됐다.

아토스와 밀라디의 과거, 루이 13세와 철가면의 비밀, 리슐리외의 정체, 극을 위해 소설의 많은 부분을 포기했지만 대신 호걸들의 통쾌한 이야기와 칼날이 번쩍이는 신나는 장면들이 있다.

뮤지컬 원작은 체코에서 만들어진 라이선스 뮤지컬로 지난 2009년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초연했고 재공연을 거듭하며 다시 충무아트홀로 돌아왔다. 달타냥만 5명. 엄기준, 슈퍼주니어의 규현, 2AM 이창민, 2PM Jun. K, 신예 박진우가 연기하며 아토스 역엔 남경주, 신성우 등이, 아라미스 역엔 김민종, 포르토스 역엔 김법래, 콘스탄스 역엔 원더걸스 예은 등이 캐스팅돼 아이돌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20년 전 봤던 그 영화, ‘삼총사’에서 브라이언 애덤스가 불렀던 ‘원 포 러브(One For Love)’를 “함께 싸우자, 하나 되어”라는 가사로 들을 수 있고 멋진 4대14의 화려한 칼싸움도 눈앞에서 펼쳐진다. 아토스의 ‘총알을 튕겨내는 전설’은 쇼맨십의 절정이다.

누군가에겐 어린 시절 추억을 다시 생각나게 만들고 나이 어린 관객에겐 멋진 네 사람의 모습을 통해 동심을 키우게 만드는 작품. 아이돌 캐스팅에 가려져 있지만 어찌 보면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뮤지컬이다.

▶원작의 힘든 재구성, 블루스퀘어의 ‘아르센 루팡’=실은 소설로만 보자면 이만큼 매력적인 인물도 없다. 홍길동, 임꺽정보다 우아하고 귀족스러운 세련됨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캐릭터. 뮤지컬 ‘아르센 루팡’은 그런 인물의 성격을 살리려 한 노력은 보이지만 극적 전개에 있어서는 안타까운 부분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원작 소설 ‘괴도신사 아르센 루팡’과 ‘기암성’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지만 넬리, 이지도르 등 등장인물이 곳곳에 산재되어 서로가 섞여 있다. 1909년의 루팡이, 1770년 왕녀 마리아 테레지아가 14세의 막내딸 마리 앙투아네트를 프랑스 왕비로 시집보내며 전해준 보물들을 찾아나선다는 내용이다. 루팡의 어린 시절, 넬리와의 관계, 가니마르 경감과 이지도르의 추적, 조세핀의 계략, 레오나르도의 이해 못할 죽임과 죽음, 파리 대홍수, 기암성을 찾아간 이들,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창작의 시간적 제한과 창작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원작의 힘은 조금 떨어져 보인다. 화려한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용.

의사, 유도사범, 군인, 마술사라는 법정 증언, 루시앙, 앙드레, 나이 든 박사 등 많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루팡은 변신의 귀재. 배우들의 열연이 그나마 아쉬움을 조금 달랜다.

루팡은 김다현과 양준모, 넬리는 배다해와 문진아, 레오나르도는 서범석과 박영수, 조세핀은 안유진과 선민이 연기한다. 루팡이란 인물을 처음 창작 뮤지컬로 표현했다는 것과 그 노고에 박수를 보내지만 쪽대본 때문에 힘들다고 말한 김다현이 “모두 하나가 돼서 더 좋은 공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끝까지 완성도 있는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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