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남한과 북한의 현역 장군들이 전례없는 ‘성명서 전(戰)’을 벌이고 있다. 이는 상대방의 전의를 떠보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해석되지만 발언 수위가 너무 높아 국민들에게 실제 전쟁이 임박한 것 같은 위기감을 주고 있다.
먼저 도발에 나선 건 북한 인민군 김영철 총정찰국장(대장)이다. 김 총정찰국장이 직접 발표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은 미국과 한국 등이 북한의 ‘평화적인 인공지구위성 발사’와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핵실험에 대북제재를 가하고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정전협정 백지화와 판문점대표부 활동을 전면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최고사령부는 이미 우리가 천명한 대로 미국을 비롯한 온갖 적대세력들의 횡포한 적대행위에 대처해 보다 강력한 실제적인 2차, 3차 대응조치를 연속 취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우리의 이 경고를 무심히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위협 수위를 높였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인민군 중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정찰총국장이 북한 TV뉴스에 나와 10분에 걸쳐 협박을 한 건 초유의 일이다. 이는 곧 북한이 말로 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군사 도발을 저지를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다음날인 6일 우리 군에서는 김용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소장)이 맞받아쳤다. 김 작전부장은 이날 오후 2시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도발하면 지휘세력까지 단호히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군이 북한의 도발 원점이나 지원세력 타격을 거론한 적은 있지만 ‘지휘세력 응징’을 공식 발표한 것 또한 처음이다. 남북한 양측 군사 수뇌부가 연일 전례없는 강도 높은 ‘설전’을 벌인 것이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이같은 강경 어조의 합참 기자회견은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논의 뒤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북한 총정찰국장의 엄포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부 대변인 성명이 나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논의 끝에 합참 작전부장이 직접 나가게 됐다. 이같은 배경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대장이 발표한 성명에 대해 우리 측 소장이 ‘응징’을 운운하며 대응한 것은, 한 마디로 북한 군부의 수준을 격하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만약 북한이 실제로 도발한다면 북한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7일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인 북한이 상호 합의에 위배되는 공식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우려한다. 본인은 유엔군사령관으로서 정전협정을 이행해야할 전적인 책임이 있다. 한미연합사는 대한민국 수호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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