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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정부 · 식물국회…‘5분의 3룰’ 이 정치파행 원인이라고?
재적 180명이상 찬성해야 법통과 가능
與든 野든 직권상정 사실상 불가능
새누리선 “국회를 제약하는 만장일치제도”
민주선 법이용 조직개편안 반대로 일관
전문가 “정치권 대화·타협부정이 문제”



고질적인 한국정치를 쇄신할 수 있는 선진화법이냐? 아니면 사사건건 시비가 붙어 국회 생산성을 ‘제로’로 만드는 발목잡기법이냐?

국회선진화법이 기로에 놓였다. ‘정치 쇄신’을 표방하며 탄생한 19대 국회의 타협의 상징이, 만들어진 지 채 1년도 못돼 ‘정치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식물정부ㆍ식물국회를 만든 것도, 국회가 제 식구의 흉을 감싸 안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도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 파행의 책임을 이제 막 꽃 피우기 시작한 법에 돌리는 것은, 정치선진화법의 취지인 ‘대화와 타협’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7일 “‘선진화법’이라는 말 자체에 동의하기가 어렵다”며 “국회를 제약하는 법”이라고 현행 국회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행 정치선진화법은 만장일치 제도”며 “거대 양당제에서 사상 초유의 정치실험”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는 “(국회법의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새누리당 지도부가 나서 국회법 재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반대로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에 발목 잡혀 있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지나치게 경직된 국회선진화법에 있다는 의미다. 과반 이상이 찬성하고 있음에도, 야당이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표결조차 할 수 없게 만든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의 이 같은 희망은 지금으로서는 시도조차 못하고 탁상공론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필요한 야당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야권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와 관련,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이 국회선진화법인데, 과반 일당이 됐다고 이제와 뒤집는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현 정치 파행의 책임은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 못한 집권 여당에 있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충분히 대화를 하고 타협을 통해 풀어나가지 않고, 과거 힘의 정치, 일방 처리의 향수에만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국회선진화법 논란은 예고된 재앙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법이 만들어질 당시인 지난해 4월 국회와 정치권 원로들은 “야당이 반대하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다수결 원칙 등을 무시한 비(非)민주적 법안”, “일을 해야 할 국회가 그냥 월급만 받으면서 놀고먹겠다는 것”, “일은 하면서 몸싸움을 하지 않도록 하는 걸 생각해야지 이건 본말이 전도됐다”는 등의 비판이 있었다.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현상으로 대표됐던 ‘정치 쇄신’ 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뻔히 보이는 부작용에 눈 감고 표 구걸에만 앞장선 결과 만들어진 ‘자승자박’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법 재개정이 어려운 만큼,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법안을 주도했던 한 여당 의원은 “제도 자체보다는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라며 “당장 여야 간 원만한 합의가 안 된다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정치는 항상 협상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정치력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에 앞서 여야 지도부, 그리고 국회를 상대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근본 인식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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