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5일(뉴욕 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마련한 대북 제재한 초안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을 봉쇄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이 곧바로 ‘정전협정 백지화’를 주장하며 강력반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실질적인 ’제재안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따라 북한은 대외적으로 도발수위를 높이면서도, 물밑에서는 대화를 추진해 제재강도를 약화시키려는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들의 소식을 종합하면 5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잠정 합의한 유엔 안보리 제재안 초안은 평화에 대한 위협, 파괴, 침략 행위를 규정하고 회원국들의 강제적 대응조치를 명시한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대북제재로는 처음으로 밀수ㆍ밀매 등 북한 외교관들의 불법적인 활동과 함께 북한의 금융거래, 대규모 현금의 불법이체, 그리고 추가적인 여행 제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품을 비롯해 불법화물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 강화와 북한의 국제 금융거래를 압박하는 새로운 방안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비공개회의 뒤, “북한에 대해 새로운 수준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법적 의무들을 부과하는 유엔제재들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안보리 결의에서 금융제재와 자산동결 조치를 받고 있는 대상(단체 17개, 개인 9명)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주목할 부분은 금융제재와 선박검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북한의 1, 2차 핵실험 이후 각각 채택된 1718호와 1874호의 ‘촉구한다’가 ‘요구한다’고 강화된 점이다. 회원국들의 의무를 한층 강조할 셈이다. 다만 무력적 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유엔헌장 7장 42조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군다나 미국은 북한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도 제재하는 대(對)이란식 제재 등 2차 보이콧 방식의 금융제재 방안을 검토중이다. 우리 정부도 추가적인 해운제재와 금융제재 방안을 모색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42조는 사실상 전시상태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며 “안보리 제재 외에도 각국별로 양자제재를 논의중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강도가 높은 만큼 북한의 1차 반응도 거세다. 5일 북한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판문점대표부 활동을 전면 중단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울러 “보다 강력한 실제적인 2차, 3차 대응조치를 연속 취하게 될 것”이라며 무력도발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번 성명이 천안함 폭침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대남공작총책, 김영철 정찰총국장 명의로 나선 점도 눈길을 끌었다. NLL 인근 포사격이나, 해상에서의 단거리 미사일의 발사 훈련, 또는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 등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의 움직임을 놓고 북미간 대화를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엔의 새로운 제재가 그대로 실행되면 입을 타격이 상당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북한의 진짜 속내는 미국과 대화를 통해 곤궁한 상황에서 벗어나려한다는 해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성명은) 한반도 긴장이 자꾸 고조되니 하루빨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얘기”라며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방북했던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통해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풀이다.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