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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홀릭> 신건우가 그린 유디트
잡풀이 잔뜩 자란 낡은 수영장에 한 소녀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수영장은 폐허가 된 지 오래인 듯 푸른 페인트칠이 모두 벗겨졌고, 바닥엔 나뭇가지와 쓰레기가 나뒹군다.

소녀 뒤쪽으로는 한 남자의 목이 널브러져 있다. 소녀 앞에 기다란 톱이 있는 걸 보니 필시 소녀는 적장의 목을 벤 유디트(Judith)인 듯하다. 전쟁에서 패할 위기에 처한 유대인을 구하기 위해 적장의 목을 벤 유디트의 이야기는 일찍이 카라바조 등 수많은 화가들이 그림으로 그렸다.

그러나 이 그림을 그린 젊은 작가 신건우는 성서 속 유디트 이야기를 살짝 차용해 전혀 다르게 표현했다. 그는 “소녀가 적장인 줄 알고 베어버린 게 실은 자신의 왼쪽 팔뚝이었다”며 “인간이 내면 속 악이 싫어 잘라내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제거되지 않은 채 심연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신건우의 부조 회화 ‘Judith’. 소녀와 적장의 머리는 조각으로 얇게 빚어 그림 위에 부착했다. 
                                                                                                                                                     [사진=갤러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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