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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조직법 대치속, 여야 ‘합리적인 온건파’ 설자리가 없다
〔헤럴드경제=김윤희ㆍ손미정 기자〕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치킨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강경한 조치가 강경한 대응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여야 간 합리적인 협상을 주장하던 온건파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경청과 타협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으름장만 난무하는 ‘독단’의 정치다.

그동안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정부조직법 협상을 두고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의견 차가 존재했다. 강경파는 방통위 업무의 미래부 이관이 방송의 공공성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완경하게 반대해왔다. 반면 온건파는 강경파의 우려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새 정부의 정상출범을 위해 한발짝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담화로 강경하게 나서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온건파의 입지가 좁아드는 양상이다. 당내 온건파로 꼽히는 유성엽 의원은 6일 본지와 통화에서 “대통령도 답답하니까 대담화문을 발표한 것 같은데, 오히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어놨다. 양쪽이 조금씩 양보해서 물러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서로 퇴로를 봉쇄해 버린 것 아니냐”고 했다. 홍의락 의원도 “민주당도 타협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나 양측의 자존심 싸움으로 격화되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라면서 “대통령이 먼저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의 강경기조도 온건파의 입지를 갈수록 좁히고 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5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협상이 진행 중인데 (양보해야 한다는) 다른 얘기들이 나오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못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정부 원안만 고집하는 강경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야당과의 협상 여지도 줄어들었을 뿐더러, 야당의 협상파트너로서 여당의 입지도 좁아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주장하는 이른바 ‘온건파’들은 대부분 당내 비주류이거나, 협상테이블과는 동떨어진 위치에 있어서 친박계의 강경론에 휩쓸리는 분위기다.

이재오 의원은 지난 5일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집권 여당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청와대와 야당이 맞설 경우 여당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이 같이 말했다.

4선의 정병국 의원도 “지금까지 이 분야를 다뤄 본 입장에서 볼 때 현재 여야의 논란은 의미가 없다. 민주통합당이 우려하는 게 무엇인지, 또 정부가 원안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 논의의 근본 취지를 여야가 모두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태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쟁점을 한두 개까지 남겨놓은 상황까지 끌고 왔는데 외부 환경이 야당에게 항복을 받아내라고 하니 우리 지도부로서는 딱히 할 일이 없는 딱한 사정이 되어 버린 것 같다”고 개탄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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