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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못켠 새정부…웃음잃은 대통령…
국무회의 한번도 못 열고
출범 9일만에 사실상 식물정부
대통령 오늘도 공식일정 ‘無’
靑 “애국심에 호소할수밖에…”



그토록 우려했던 게 현실이 됐다. 새 희망이라는 닻을 걸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9일 만에 엔진을 멈췄고, 정부는 손발이 묶인 ‘식물정부’가 됐다. 게다가 언제쯤 시동을 걸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기약도 할 수 없다. 고작 담당직원 10명, 2개 부처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두느냐,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느냐를 둘러싼 청와대와 야당의 의견대립으로 대한민국이 발만 동동 구르는 답답한 처지가 됐다.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5일에도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제대로 된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심각한’ 현실을 맞았다. 3ㆍ1절 기념식 참석, 전날 대국민 담화 발표, 그리고 두 차례의 수석비서관회의 주재가 박 대통령이 지난 9일 동안 할 수 있었던 전부다. 박 대통령은 그간 관례적으로 대통령이 참석하던 대외행사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지난 4일 KBS 공사창립 40주념 기념 리셉션에는 당초 박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조직개편안의 난항으로 장관조차 임명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했다”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 정부 현안을 점검하는 국무회의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두번 모두 열리지 못했다. 국무회의에 참석할 장관이 없기 때문이다. 각 부처는 아예 국무회의 안건조차 올리지 않는 초유의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국무회의가 열리지 못할 게 뻔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담화 이후 곧바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해빙기를 맞아 안전사고 예방 등 국정현안에 대해 주문을 했지만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주문을 실천에 옮길 ‘행동대장(장관)’이 없어 말 그대로 주문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렇다 할 대책도 강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잇몸조차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8일 만에, ‘입법권 무시’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조직개편 처리를 요청한 것도 현실적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또 다른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사실상 야당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 청와대로선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게 더 답답한 노릇 아니겠냐”며 “지금으로선 국회와 국민에게 호소하는 수뿐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 취임 9일 동안 청와대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는 ‘애국심’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입에는 “애국심은 있겠지” “애국심에 호소한다”는 말들이 떠날 날이 없다.

청와대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수석비서실 중심으로 소관업무를 철두철미하게 챙겨 장관이 임명되는 즉시 업무가 돌아갈 수 있도록 비상체제를 갖추는 게 전부다”며 “청와대도 사실상 준 비상사태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박 대통령과 참모진 사이에선 무거운 침묵만 흐르고 있다.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수석비서관들의 표정이 상당히 무거웠다. 박 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하겠다는 말도 없이 곧바로 식물정부에 대한 강한 우려감을 표명했었다. 비서관 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한 관계자는 “야당이 해도 해도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석희ㆍ신대원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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