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 지연 책임놓고 네탓공방 지속
정부조직개편을 둘러싼 정치놀음에 민생 법안이 외면받고 있다. 부동산 세금 감면 예정 시한의 절반이 지났지만 관련 법은 여전히 국회 논의 중이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의 보육료 주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지원 확대를 위한 법안도 차일피일 뒤로 밀릴 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SO(종합유선방송) 관할권’을 이유로 여야 지도부가 기싸움을 즐기는 사이, 정작 시급한 민생법안은 언제 열릴지도 알 수 없는 다음 임시국회를 기약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지방세 관련 법률, 영유아보육법, 고등교육법 개정안, 특수교육법 개정안, 청년고용특별법 등이 법사위 또는 해당 상임위에 계류된 채 방치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여야 합의를 마치고 형식적인 심사절차만을 남겨두고 있지만, 언제 본회의에 상정될지, 또 통과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문제는 이들 법안 상당수가 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거래 정상화를 위해 취ㆍ등록세를 올 6월까지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는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방침은 아직도 법률안이 없어 수억원짜리 재산을 사고 파는 사람 모두 ‘혹시나’ 하는 부담을 안고 거래에 나서는 형편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원내대표는 “정부 구성은 대통령에게 맡겨야 한다”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원안통과를 주장했다. 대신 새누리당은 이날 민주당에 이른바 ‘방송중립특별법’을 만들어 미래창조과학부로의 방송정책 이관에 따른 방송중립 훼손 우려를 막자는 막판 제안을 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또 당장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수업이 시작됐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보육비를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 정한 법이 없어 임시방편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사이 서울 일부 지자체의 경우 5월이면 금고의 바닥이 보일 지경이다. 또 등록금 못지않게 학부모에게 부담인 입시전형료를 절반 이하로 낮추는 법 역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이름만으로도 서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식품위생법,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식품위생법 등도 여야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국회 통과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뒤로 밀린 민생법안을 바라보는 정치권은 여전히 ‘남 탓’에만 바쁘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부동산 정상화 법률 등이 법사위에 발목 잡혀 있다”며 “민주당도 공약을 실천하는 정당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민생법안 처리 지연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같은 시간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부좌현 의원은 “무상보육을 위한 법안의 처리가 지체되고 있어 걱정”이라면서도 “새누리당에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역시 남 탓에 뒤지지 않았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