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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작가 3인의 새로운 시선…갤러리시몬의 옴니버스 전시 ‘Arrival’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Arrival(도착).’ 참신한 예술혼을 지닌 세명의 작가가 서울 경복궁 서편의 서촌(西村)에 따끈따끈한 작품들을 들고 당도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갤러리시몬(대표 김영빈)은 이창원(41) 김지은(36) 윤가림(33) 등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를 초대해 ‘Arrival’이란 타이틀로 옴니버스 전시를 마련했다.

오는 4월 5일까지까지 계속될 전시에는 설치, 미디어, 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나왔다. 세 명의 작가는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 유학과 창작스튜디오 활동으로 국제 경험을 쌓은 것이 공통점. 또 미술관 그룹전과 갤러리 전시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다져가고 있다. 이들은 장르와 주제는 달라도 현실과 가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조형어법, 탄탄한 개념, 손을 활용한 섬세한 작업에서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의 MAM프로젝트에 참여해 호평을 받은 이창원은 푸른빛이 감도는 밤하늘에 북두칠성이 반짝이는 영상설치작업을 출품했다. 그러나 진짜 북두칠성이 아니라, 탁자에 놓인 10원짜리 동전을 램프로 비쳐 만든 환영적 이미지다. 어린 시절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마냥 좋아했던 마음이, 이제는 돈과 현실을 더 쫓게된 상황을 빗댄 작업이다.


서울대 조소과 출신의 이창원은 요즘은 빛, 그림자로 이미지를 변주시키는 작업에 골몰한다. 거울에 자화상을 음화로 그린 뒤 이를 보도블록, 아스팔트, 나무숲에 비춘 뒤 찍은 사진은 오리지날 이미지는 하나지만 상황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이미지들이 신선하다. 같은 대상도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흰 선반을 활용한 종이 설치작업도 아이디어가 남다르다. 가로로 길게 이어진 깔끔한 선반 사이로 오색의 아름다운 빛이 아른거리는데 작품에 근접해 보면, 요란한 광고전단들이 부착돼 있다. 세련된 창호같던 작품이 ‘즉시대출’ 같은 요란한 문구로 이뤄진 광고전단으로 이뤄졌다니 우리가 신주단지처럼 여겼던 것들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오래 전부터 건축에 관심을 가져왔던 김지은 작가는 일상 속 공간을 재해석한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100~200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미국의 오래된 교회의 성가대석 등 곳곳에서 접했던 건축의 단면을 그대로 그린 뒤, 나무시트지를 입혀 마치 평면 위에 건축물을 지은 듯한 느낌을 준다.


한편 조각을 전공한 윤가림은 요즘은 영국의 오래된 의학서적의 삽화나 동물도감 위에 금은사로 수를 놓는 작업을 한다. 어린 시절 유난히 가까왔던 할머니가 세상을 뜨며 남긴 유품 중 자수를 발견한 작가는 “자수 속에 할머니의 감정이 녹아있음을 느꼈고, 이후 촉각적으로 감흥을 전하는 자수작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세 작가에게 서로의 작업에 품평을 부탁했다. 김지은은 이창원의 작업에 대해 “사회적 이슈나 철학적 문제를 부드럽게 그려내기가 쉽지않은데 명상적인 느낌을 살려 이를 은유적으로 풀어낸 것이 좋다”고 했다. 이창원은 윤가림의 작업에 대해 “자수 작업에서 섬세함이 느껴진다. 조각에서 바느질 작업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 배경이 흥미롭다”고 했다. 윤가림은 김지은의 작업에 대해 “실제 물리적 접촉이 중요한 작업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작가의 시선으로 본 환경문제와 도시문제, 살아가는 문제를 잘 풀어낸 것 같다”고 평했다. 02-720-3031.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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