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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훈 사퇴 왜? 한국정치 실망감 - 자존심 훼손
박근혜 정부의 내각인선에서 가장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전격 사퇴를 선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국적까지 포기하고 장관직에 강한 애착을 가졌던 그가 지명된지 20여일도 채 안돼 한국의 정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김 후보자의 사퇴에는 한국 정치에 대한 강한 실망감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둘러싼 정쟁이 결국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김 내정자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답답한 심경이었다”며 “제 꿈이 산산조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퇴의 배경을 설명하며,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를 둘러싼 정부개편안 관련 혼란상 보면서”,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등의 표현을 쓰며, 국회와 정치권의 혼란에 큰 충격을 받았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새정부 출범 후에도, 미래부의 방송 업무 이관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상태를 이어가자 이 난맥상을 논란 부처의 장관 후보자로서 지켜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김종훈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인 미래창조를 위한 핵심으로 직접 설득해서 삼고초려 끝에 모시고 온 사람이다. 그런 분이 국내에 정치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시게 된 것에 대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국내 정치권을 향한 실망감이 그의 사퇴를 이끈 결정적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애초 한국의 장관직에 뜻이 없었던 그가 박 대통령의 삼고초려 끝에 미국 국적을 버리고 조국을 택했으나, 그 희생의 댓가치곤 지나치게 싸늘했던 시선도 사퇴의 요인으로 꼽힌다.

그는 장관 후보로 지명받은 직후부터 야권으로부터 “미국 국적자로, 미국사람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등은 김 후보자의 미국 CIA 자문위원 활동 등을 문제삼아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고 공세를 폈다. 또 "대한민국의 국가기밀이 외국으로 새나갈 수 있다"는 등 인신공격성 비판까지 받았다. 장관 지명 3일전 한국국적을 취득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셌고, 최근에는 강남의 수백억원대의 부동산 보유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재미교포 1.5세대로서 국적과 정체성에 대한 논란 자체가 마음의 상처가 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서 IT업계의 신화였던 그가 전문가로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 그는 기자회견에서 “어려서 미국으로 이민 가 열심히 연구하고 도전했다. 미국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가졌고, 미국서 인정받는 한국인이 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 극복했다”고 토로했다.

여권에서는 "김 후보자처럼 외국에서 성공한 사람을 요긴하게 써야 되는데, 지나치게 발목을 잡았다"고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김 후보자는 성공한 재미 사업가로서 박근혜정부의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지만, 언론검증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CIA 연루, 국적 및 거액의 재산축적 논란 등 공직 후보자로서 소양이 부족했다"고 논평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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