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가격 비싸고 절반이 초대권…클래식‘불편한 진실’
‘객석 점유율 90%’ 세계 10대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성공적이라는데…
티켓가격 35만~45만원 육박하지만
대부분 기업 후원으로 채워져
초대권 난무로 관객 선택권 줄어

외형적 클래식 성장에만 급급
내실있는 공연문화 이뤄져야





요즘 클래식 팬들은 행복하다.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등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를 눈앞에서 볼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과 7일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마지막으로 영국의 권위있는 클래식 전문잡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1~10위 오케스트라가 모두 한국을 방문했다.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와 지난달 28일과 3월 1일 공연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벌써 두 번이나 한국을 방문했다.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클래식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베를린과 빈 필하모닉이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로 인식돼 있지만 그라모폰의 조사에서는 로열콘세르트 허바우가 1위를 차지했다. 하반기 내한공연을 갖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2위, 빈 필하모닉이 3위, 올해 다녀간 런던 심포니가 4위, 시카고 심포니가 5위다. 10년, 20년 만에 한 번 정도 내한하던 이들이 5년 사이에 모두 한국을 다녀간 것이다. 이들의 내한공연은 과연 성공했을까.

▶티켓 판매를 보장하는 기업 마케팅의 명암=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공연장과 기획사 측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오케스트라의 공연들이 좌석을 가득 메웠고 몇몇 공연을 제외하면 90%가 넘는 객석 점유율, 유료객석 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허수가 있다. 대체로 공연당 전체 티켓매출의 30%, 많게는 50%까지 초대권 및 기업 후원을 통해 나간다. 기업 후원 티켓도 유료 관객으로 잡히는 부분을 고려하면 실제 자기가 좋아서 직접 티켓을 산 관객의 수는 줄어든다.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대부분 기업의 후원을 받아 이뤄진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유료 티켓 판매 수입도 중요하지만,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기업의 후원이 중요하다. 기업의 협찬은 R석 기준으로 35만~45만원에 달하는 티켓 가격을 하락시킬 여지를 준다. 그럼에도 협찬한 기업에 R석 티켓을 대부분 배정함으로써 관객의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지적도 있다.

▶오케스트라 순위, 마케팅에 바람직할까=그라모폰의 오케스트라 순위는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다. 협찬하는 기업으로서도 기업이미지와 검증된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함께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런 순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1위를 차지한 로열콘세르트 허바우는 마케팅적 측면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했고, 지난해 2월 공연에서 점유좌석 95%를 기록했다.

반면 오케스트라 순위가 마케팅에 이용되는 데 따른 부작용도 많다. 10위권 밖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추진할 경우 홍보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기획사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10위권 밖의 오케스트라라 하더라도 세계적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 기획사 관계자의 지적이다.

대형 오케스트라들의 공연들이 줄을 이으면서 한국의 클래식 시장이 외형상 급성장하고 풍성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실 있는 클래식 문화의 확산을 위해선 기업의 협찬 범위가 넓어지고 더 다양한 악단의 공연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