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호텔 숙박 후 “바꿔줘”, 여행 마치고 “바꿔줘”…관광업계, 급증하는 ‘정여사’ 에 골머리
관광업계가 급증하는 ‘정여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여사’는 한 지상파 개그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캐릭터다. 개인의 취향 등 지극히 사적인 이유를 들어, 반품이나 교환을 일삼는 ‘악질 고객’을 통칭한다. 주차 등에 미숙한 여성을 일컫는 ‘김여사’에 이은, 여성을 빗댄 또다른 신조어다. 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바꿔줘”이다.

30~50대 유한층 여성들이 주요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는 호텔ㆍ여행사 등 관광업계에선 최근 이같은 ‘정여사’ 로 몸살이다. 이미 호텔 숙박을 했거나, 해외 여행을 다녀온 후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바꿔 달라”는 여성 고객들이 유난히 늘었다. 서비스업의 특성상 불만사항 접수는 예전부터 많았지만, TV속 ‘정여사’가 현실 속 ‘정여사’ 증가에 한몫 한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서울 강남의 A호텔 관계자는 “객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한밤중에 가구 배치를 바꿔주거나, 아예 방을 변경해주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이미 하룻밤을 자고 나서, 환불을 요청할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국내 최대 여행업체 중 하나인 B투어 관계자는 “3박 이상의 해외 여행을 다녀와 가이드나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다른 가이드와 함께 여행을 보내달라’고 떼쓰는 경우도 있다”며 “고객의 불만 사항은 서비스 개선을 위해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하지만, 여행 상품을 옷이나 신발처럼 바꿔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현장 업무의 고충을 전했다.

이런 경우, 호텔에서는 뷔페 식사권을, 여행사에선 마일리지 등을 제공해 ‘정여사’를 달랜다. 어찌됐든 ‘손님은 왕’이기 때문.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여사’를 키운건 개그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 모임”이라고 전했다. 이 동호회들은 호텔을 이용하거나, 해외 여행을 한 후 ‘불만족’ 한 사람들의 사례를 취합한다.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보장받기 위해 시작되었으나 어느새 일종의 ‘권력’이 된 것도 사실이다. 동호회를 통해 각 호텔의 정보와 약점을 꿰뚫고 있는 소비자들은 더욱 ‘기세등등’해 질수 밖에 없다. 수천~수십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덕에 호텔과 여행사 측에서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개장한 C호텔 관계자는 “이미 오픈 전에 호텔 관련 몇몇 동호회 운영진들을 만나서 ‘잘 봐달라’고 인사까지 했다”며 “몇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