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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을 기다리는 저 외로운 새, 오윤의 ‘검은 새’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새 한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았다. 묵직한 몸체의 검은 새는 미동도 않고 어딘가를 한없이 응시하고 있다.
굵은 나뭇가지와 검은 새만으로 이뤄진 이 단촐한 작품은 1970~80년대 민중미술 진영에서 활발히 활동하다가 마흔의 나이로 세상을 뜬 오윤(1946~1986)의 목판화이다.

작가는 일체의 군더더기를 배제한채, 가식 없는 질박한 선으로 새와 나뭇가지, 사각틀을 표현했다. 작품은 크기는 작지만 짜임새있는 구도와 힘있는 선, 목판화의 칼칼한 칼맛이 강인한 힘을 전해준다.

오윤이 이 판화를 새기던 1980년은 혹독했던 정치적 암흑기를 거쳐 신군부가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시기. 작가는 새 주변에 사각의 검은 틀을 둘러쳐 ‘새장에 꼼짝없이 갇힌 새’로 표현했다. 이는 곧 철권정치 앞에 무력한 민중을 은유한다.
그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자 한 시인은 ‘오윤은 바람처럼 갔으니, 언제고 바람으로 다시 올 것이다’라며 추모했다.

오윤의 판화 ‘검은 새’(16.8×18.4㎝,1980)는 3월 5일(화) 마감되는 아트데이 옥션(auction.artday.co.kr)의 ‘3월 온라인경매’에 시작가 600만원에 출품됐다. 02)3210-2255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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