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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봄에 다시 만나는 김정수의 ‘진달래 그림’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새 봄을 맞아 진달래 그림을 다시 만난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갤러리작(대표 권정화)은 분홍빛 진달래 그림으로 한국의 미감을 표현해온 ‘진달래 작가’ 김정수(KIM, JUNG-SOOㆍ59) 초대전을 3월7일 개막한다.
‘진달래-축복’이라는 타이틀로 오는 3월30일까지 계속될 전시에는 타이틀에서도 드러났듯 새로운 소망을 갈구하는 이들의 마음을 담은 회화 20여점이 나온다.
봄 철에 피어나는 진달래는 우리 주위 지천에서 피는 흔한 꽃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겐 아스라한 옛 추억을 안기는 특별한 꽃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을 견딘 황량한 산야를 고운 분홍 빛으로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는 희망의 전령사이기 때문이다.

새 봄에 새로운 진달래 그림을 선보이기 위해 작가는 겨우내 축복과 소망을 담은 그림들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는 소품 중심으로 꾸며져 그간 김정수 작가의 진달래 그림을 소장하길 원했던 애호가들에게 반가움을 전해주고 있다.
전시에는 질박한 바구니에 진달래 꽃잎이 수북히 담긴 작품들이 나온다. 또 잿빛 도시의 건물 사이사이로 사뿐사뿐 떨어지는 진달래 꽃잎을 그린 그림과,시골의 언 땅을 녹이는 분홍 꽃잎을 형상화한 작품도 출품된다.

김정수 작가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1983년 프랑스로 건너갔다. 도불한지 1년7개월 만에 파리의 대표적 화랑거리인 생 제르망 데프레 센가의 갤러리 발메(VALMAY) 전속작가로 뽑힐만큼 잘 나가던 작가였다. 그런데 1990년대 초, 초대전 협의차 잠시 귀국해 종로2가를 지나던 중 가수 김수희의 노래 ‘애모’가 귓전을 강렬하게 파고들었다.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라는 가사는 파리에서 듣던 상송과는 다른 울림이었다. 파리풍의 그림을 그리던 그는 순간 ‘한국인’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올랐다. 프랑스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그는 뒤늦게나마 스스로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여러 책을 탐독했다. 그러던 어느날, 고향 부산의 장산에 피었던 진달래가 불현듯 떠올랐다.

어머니와 함께 올랐던 마을 뒷동산에서 어머니는 “아이고, 내 아들 잘 되어라!”하며 연신 진달래 꽃잎을 뿌리셨다. 진달래는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한국미를 가장 잘 간직한 대상이었다. 또 김소월의 시처럼 우리 민족의 한을 품으면서도, 희망 또한 던져주는 것이었다. 이후 1995년부터 김정수는 오로지 진달래를 소재로 작업하며 한국인의 정신, 심성을 화폭에 응결시켰다. 


2004년, 파리 생활을 접고 귀국한 작가는 보길도에서 설악산까지 진달래길을 여행하며, 진달래를 스케치했다. 그리곤 결 고운 아마포 위에 섬세한 필치로 분홍빛 진달래 그림을 제작했다. 이들 그림은 그를 단번에 인기화가 반열에 오르게 했다. 2006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리스와 시카고, 워싱턴DC의 갤러리에서 순회전을 열었으며, 2008년 일본 도쿄의 기쿠다갤러리 초대전에서는 출품작 20여점이 모두 솔드아웃 되기도 했다. 그간 그의 그림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를 비롯해 각계각층 유명인사들이 소장 중이다. 또 Bank of America, 프랑스 유통업체 까루프(carrfour), 서울대병원, 삼성테크원, 현대건설, 대한생명 등에 소장돼 있다.

최근들어 그의 인기는 홍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홍콩에서 열린 ‘홍콩 아시아컨템포러리 아트쇼’에 갤러리 작 초대로 참여했던 그는 홍콩의 유명 미술잡지 ‘아트맵’의 표지를 장식했는가 하면, 현지신문 등 여러 미디어에 소개되며 컬렉터들의 열띤호응을 얻어낸바 있다.

김정수는 진달래꽃의 형상을 그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그 이미지와 상징을 형상화한다. 철쭉(중국),벚꽃(일본)과는 달리 한국의 야산에 지천으로 피는 진달래의 한 부분만 뽑아 작업하는 것. 그림의 제작과정은 의외로 복잡하고, 오랜 공력을 요한다. 먼저 고운 아사천에 바탕색을 칠해 짙은 붉은색이 배어나오게 한다. 그리곤 여러 번 색깔을 덧입혀 조금씩 진달래 색깔이 드러나게 한다. 일곱 단계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작가가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다. 너무 진하면 철쭉이 되고, 옅으면 벚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진달래의 고운 빛깔을 내기 위해 김정수는 흰색 검은색 푸른색 빨간색 분홍색 등 5가지 색을 고루 섞어 쓴다.

작가는 “식민지, 전쟁, 민주화과정을 거치며 한민족은 많은 시련을 겼었다. 1983년 내가 도불할 당시만 해도 한국은 동양의 그저 작은 나라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자동차에서 휴대폰까지 전세계인이 한국 제품에 매료되고 있다. 조그만 나라가 기적을 이룬 것이다. 이 모든 성공의 밑바탕에는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식 잘 되길 바라며 모든 걸 감내했던 우리 어머니들의 사랑을 나는 진달래 그림에 담고 있다. 따라서 진달래 그림은 이 땅의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많은 이들이 내 그림을 보고,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정화 대표는 “지난 홍콩아트쇼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다룬 진달래 작품이 아시아및 유럽인의 마음까지 어루만진다는 사실에 놀랬다”며 “홍콩아트쇼의 홍보를 맡았던 글로벌 홍보사 신클레어(Sinclair)의 디렉터도 김정수 그림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 후 작가는 오는 5월 열리는 홍콩아트쇼에 갤러리작 부스를 통해 또다시 참가한다. 02)2155-2351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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