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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용건설 임직원이 ‘워크아웃 CEO’ 김석준 회장을 못버리는 진짜 이유는?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시공능력평가 13위인 쌍용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26일 김석준 회장은 예정에 없던 임직원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대주주였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경영부실 책임을 물어 김회장의 사퇴를 권고한 상황이지만 임직원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잠실 광고문화회관에 모인 500여명의 본사 임직원은 1시간가량 김 회장의 말을 경청했다. 설명회장 분위기는 숙연했다. 김 회장은 “전쟁에서 패한 장수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사과부터 했다. 자신의 거처를 의식한 듯 “(채권단의) 처분을 기다리는 입장일 뿐”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쌍용건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이야기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채웠다. 김 회장은 "우발채무가 끝이 보인다. 워크아웃이 받아들여지면 새로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시작될 것이고 우리는 새 투자자 유치에 전념해야 한다. 반드시 정상화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직원 사이에 김회장을 원망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었다. 한 임직원은 "김 회장은 해외사업을 주로 맡았다. 해외는 선전했지만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위기가 온 만큼 김회장에게 부실책임을 전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임직원들은 김 회장의 폭넓은 인맥을 해외 건설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첫번째 이유로 꼽는다. 전체 해외수주의 99%를 김회장에 의존할 정도라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쌍용건설은 현재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등 해외 16개 현장에서 모두 3조원어치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국내 건설시장 침체가 본격화한 이후 해외에서 돈을 벌어 국내 사업부분의 부실을 막았다. 최근 3년간 해외사업에서 1843억원 이익을 실현해 국내 사업부문에 3000여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김 회장도 이날 해외 사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쌍용건설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이라며 “해외 사업 현장을 더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임직원은 워크아웃이 아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계약상 해외에서 진행하는 모든 공사는 중단되고, 입찰이 진행 중인 23조원의 해외공사 입찰 자격도 박탈된다.

현재까지 워크아웃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26일 오후 열렸던 주채권은행 회의에서) 채권은행들이 워크아웃을 개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들었다"며 "빠른 시일 내 정상화해 채권단과 쌍용건설 모두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채권은행들은 3월4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워크아웃이 결정된다. 채권은행들은 쌍용건설의 1400여개 협력업체 부도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을 감안해 워크아웃을 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직후 발생한 사태라 정부가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좋은 방향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아웃이 결정되면 채권단은 통상 3~4개월간 실사 후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출자전환, 감자 등 지원 계획을 마련한다. 하지만 쌍용건설 워크아웃은 그보다 더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결정되면 채권단이 출자전환과 유상증자를 동시에 진행할 것으로 본다"며 "제3의 투자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접촉이 많아 인수합병(M&A)형 워크아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쌍용건설은 해외실적 호조에도 국내 주택사업의 부실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8월부터 유동성 위기에 몰렸지만 자금지원이 늦어져 투기등급으로 신용이 하락해 1500억원의 선수금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커졌다. 종전 최대 주주인 캠코는 지난해에만 4차례 매각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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