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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다른 숨겨진 빚…지방공기업 부채 시한폭탄
[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유럽발(發) 재정위기의 진원지 중 한 곳인 스페인의 위기는 지방정부의 재정파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는 지방공기업의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현대경제연구원의 ‘지방공기업의 현황과 과제-수익성과 재무건전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방공기업의 부채가 한국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빚’으로 부지불식간에 국가 재정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제라도 지방공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에 나서지 않으면 스페인과 같은 지경에 이르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지방공기업 누적순손실 3조원 육박=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공기업의 부실이 심화되면서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의 재정건정성 악화마저 우려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연구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방재정자립도는 2004년 57.2%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1년에는 51.9%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방공기업의 지자체 예산 대비 채무는 2003년 27%에서 2011년 48%로 급등했다. 산하 지방공기업의 부실에 따라 지자체가 빚을 더 많이 지게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방공기업의 수익성은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다. 연구원이 분석한 379개 지방공기업들의 누적 순손실 금액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2조8500억원에 달한다. 자연히 재무건전성도 취약해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지방공기업은 2011년말 현재 69개에 이른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공기업 수는 2007년 118개에서 2011년 142개로 급증했다. 전체 지방공기업에서 38%에 달하는 기업들이 사업을 해도 이익을 내기는커녕 빚만 불려간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2003년~11년 지방공기업의 연평균 부채 증가율은 16%로 지자체(7%), 가계(9%), 민간기업(7%)은 물론 중앙정부(14%)보다도 가파르다. 지방공기업 중 지자체 직영기업을 제외한 지방공사ㆍ공단의 연평균 부채 증가율은 22%에 달한다. 이는 국가공기업(17%)보다도 높다.

▶도시개발공사ㆍ지역개발기금 빚더미= 지방공기업 부채의 대부분은 도시개발공사와 지역개발기금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부채는 약 53조원으로 지방공기업 총부채의 78%를 차지한다. 도시개발공사와 지역개발기금의 부채비율은 각각 287%와 623%에 이른다. 이는 지방공기업 평균(75%)을 크게 웃돈다. 지역개발기금 16곳 모두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섰고, 이중 14곳은 300%를 초과했다. 도시개발공사도 6곳의 부채비율이 300% 이상이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전체 지방공기업 379개 중 81곳은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지역개발기금은 100%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하철공사 및 하수도 관련 사업의 경우 부채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는 결손의 대부분을 지자체가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2003년 이후 지하철공사의 손실 누적액은 약 7조원에 달하며 하수도 공기업도 3조원에 이르며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

지역별로는 인천시의 자체수입 대비 지방공기업 부채 비중이 193%로 가장 높았다. 인천은 연평균 부채증가율도 26%로, 제일 빨랐다.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지자체 내 지방공기업의 비중은 울산(57%)이 가장 높았고 부산(56%), 서울(55%) 순이었다.

연구원은 “지방채무 뿐 아니라 지자체의 숨겨진 채무나 지방공기업 부채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 지방 재정건선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사업부문별로 정확한 부실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성격과 자금조달 방식에 따라 차별화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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