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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베카’의 진짜 댄버스 부인 신영숙은 활달ㆍ유쾌ㆍ따뜻한 사람
치켜올라간 눈, 검은 의상, 어두운 감성,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뮤지컬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은 조연의 자리에서 주연만큼의 빛을 발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 댄버스 부인을 연기하는 배우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찔러도 피 한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냉혈한, 무표정에 낮은 저음으로 말 몇 마디 하지 않는 사람일까. 다소곳이 앉아있다 첫 질문에 점잖게 입을 열던 댄버스 부인 신영숙은 시간이 지나자 점점 그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인근 카페에서 있었던 배우 신영숙과의 인터뷰는 무대 위 댄버스 부인과의 대화가 아니었다. 성장이 고픈 배우, 학생을 사랑하는 선생님, 활달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눈앞에 있었다.

“댄버스 부인은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와도 같은 부분이지만 뮤지컬 댄버스 부인의 노래 속엔 그 감정들이 다 드러나 있죠. 심리를 노래로 표현하는 부분이 관객이 댄버스 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14년차 배우는 아직도 작품을 통해 배운다. ‘레베카’는 그를 성장시키는 작품.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인물을 연기해 관객을 이해시켜야 한다. “선한 에너지가 아니라서 어둡고 음침함을 표현할 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지난달엔 ‘황태자 루돌프’의 라리쉬 백작부인과 ‘레베카’의 댄버스를 함께 연기하느라 하루는 밝은 라리쉬를, 하루는 어두운 댄버스를 왔다갔다하며 마치 지킬과 하이드가 된 느낌이었다고 했다. 체력 유지를 위해 먹는 것도 잘 먹어야한다.

“식탐이 많아요. 맛있는 것 먹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요.”

최근 배우 서주희의 집에서 만두를 빚어 먹기도 했다며 좋아한다. 자신의 집을 ‘숙 펜션’이라고 부를 만큼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공연때 다 쏟아붓고 관객의 박수를 받고 기운을 얻죠. 이후 사람들과의 만남의 시간도 소중한 회복의 시간이에요.”

팬들에 대한 소중한 마음은 SNS를 통해서 드러난다. 일일이 인증사진을 모두 찍어 올릴 수는 없지만 감사한 마음은 가슴속에 한가득이다.

이렇게 팬들 챙기랴, 공연 연습하랴 바쁜 와중에도 꼭 하는 것이 하나 있다. 7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 자신의 현장경험과 선배로서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올해도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청강문화산업대에서 한 학기 16시간 강의가 잡혀 있다.

학생들에겐 선생님보다 편한 선배다. 지쳐있을때 아이들한테 기운을 얻기도 한다. 지난해 추계예대 강의는 그에게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작곡과 학생이 자작곡으로 시험을 보겠대요. 성악과 학생이 노래를 부르고 국악과 학생들이 해금, 거문고를 연주하는데 너무 아름답고 좋아서 듣고 울었어요. 심적으로 힘든 시기기도 했고요. 근데 그 작곡과 학생이 벌써 뮤지컬 데뷔를 했대요.”

추계예대 성악과 출신, 자신도 뮤지컬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음악에 재능이 뚜렷한 집안도 아니었고 초등학교 때도 좋아했던 건 피아노 연주였다. 중고등학교도 일반계고를 다녔다. 언니들 때문에 데모가를 부르고 가곡을 부르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피아노에 미쳐있었어요. 1남 4녀 중 막내거든요. 그런데 음악을 시킬 형편은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 집에 피아노가 없어 친구 집에 가서 보고 있던 제 어린시절 모습이 기억이 나요.”

언니들이 피아노를 사달라고 졸라 초등학교 3학년때 결국 집엔 피아노가 들어왔다. 그 피아노는 20여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쭉 그와 함께하고 있다.

1999년 ‘명성황후’로 뮤지컬 데뷔, 이후 10여년의 무명생활을 거쳐야 했던 그는 ‘캣츠’에서 그리자벨라 역을 맡으며 뒤늦게 만개했다. ‘모차르트!’ 때문에 ‘황금별 여사’가 되고 서울예술단 시절 뮤지컬 ‘이’때문에 장녹수 ‘마마’님이 됐다. 그래도 꾸준히 작품을 해 올 수 있었던 건 자신만의 무기인 목소리를 갖췄기 때문.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무기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신영숙은 지난해 4개 작품을 쉬지않고 연이어 공연했다. 무엇을 하게 될 지 모르지만 올 상반기도 두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를 ‘늦되는 배우’라고 표현한 그는 대기만성에 성공은 아니더라도 일단 큰 그릇은 되자고 다짐하는, 매순간 성장을 고민하는 배우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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