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장용동 대기자의 파워부동산> 공급만으론 한계…임대시장, 민간에 큰문 열고 주거안정 꾀해야
주거복지 어떻게…
12·19 대선서 수많은 공약이 쏟아졌지만…
이념에 떠밀려 정책수단 혼선초래 표류 여전

공공임대 주거안정 효과있으나 재정엔 부담
주거비보조 소득수준따라 차등 지원 효율적

민간임대시장 확대위해 벌칙성 稅개선 시급
임대료상승 부작용 감안 통제등 대안마련을


주택정책이 추구해야 할 최상의 목표이자 궁극적 귀결점은 주거복지다. 국민 주거수준을 향상시키고 주거로 인한 고통과 계층 간 주거소비 격차를 해소시켜 주는 최종 해결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주택정책은 가격 안정에 온통 집중돼 수급을 맞추고 가격 변화에 따라 규제를 반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게 사실이다. 공급 부족난을 해소하기 위해 신도시, 택지지구 등을 지정하여 토지, 주택의 장기안정적 공급 방안을 수립ㆍ집행하고 질서있게 수요층에게 배분ㆍ관리하는 것이 1차 정책목표였던 것이다.

도시화에 따른 인구 이동과 지역적 쏠림현상에 따른 과부족 해소가 절대적 과제였기에 필연적인 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고 가질 만한 사람은 대부분 자가주택을 마련한 상황에서의 공급위주 주택정책은 의미가 없다.

박근혜 새 정부 들어 지상과제처럼 떠오른 주거복지가 정식으로 거론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맥락이다. 사실 주거복지가 거론되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들어 주택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주거복지를 궁극적인 목표로 선언하고 이에 근거하여 최저 주거기준이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주거수준 격차가 벌어지고 맞춤형 정책이 부각되면서 주거복지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거복지 정책에 대한 방향 부재와 정책 혼선이 극심한 상황이다. 주거비용 보조정책은 수년째 표류하고 있고 공공임대주택 확대 건설은 재원문제에 봉착,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임대료 통제를 놓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임차인 보호 등도 말만 무성한 채 입법은 오리무중이다. 민간임대시장 활성화 역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양도세 중과 등 벌칙성 세제 개선에는 알레르기가 강한 게 현실이다.

▶주거복지 철학ㆍ정의 부재…주택정책 혼선 초래=맞춤형 주거복지 정책의 필요성까지 급진전되고 있으나 여전히 주거복지 정책이 지향하는 종착점이 어디냐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는 주거복지 정의에 따라 정책의 지향점과 구체적인 정책 프로그램이 달라질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지난 12ㆍ19 대선 과정에서도 주거복지에 대한 공약이 대거 쏟아졌다. 하지만 인수위 등에서 정작 정책 프로그램으로 거론되는 것이 별로 많지 않은 것은 개념 정의가 불분명하고 종착점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자칫 수박 겉 핥기식 주거복지 정책이 되거나 좌우 이념에 떠밀려 표류할 공산마저 없지 않다. 사회적 이슈에 따라 정책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다 보니 지향점이 서로 다르고 상호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사각지대가 방치되는 경우도 흔하다. 주거복지 철학 부재는 가치와 관련된 이데올로기적 선택, 정책 수단의 혼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재정지출 형태 등이 뒤따르는 사회적 비용 역시 어떤 정책수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감내 크기가 달라지게 된다. 


예컨대 현재 핫이슈가 되고 있는 하우스 푸어와 렌트 푸어 대책만 해도 주거복지의 정의와 대상, 목표점이 결정돼야 형평성이나 도덕적 해이, 재정투입 문제 등이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우스 푸어가 주거 빈곤층인지, 아니면 전세가격 상승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주거 빈곤층으로 봐야 할지의 잣대는 바로 주거복지 개념 정립에서 나온다.

정의 문제에 따라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도 결정되게 된다. 따라서 주거복지의 개념 및 주거복지 정책의 대상에 관한 합의부터 우선 도출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학계를 포함해 연구기관 등의 전문가들이 주거복지 포럼 등을 조직, 오는 27일 제1회 주거복지 포럼을 개최하는 것도 이 같은 환경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보다 주거비 보조 지원이 효율적=대선 과정에서 나온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거비 지원, 임대료 통제 등은 공급ㆍ수요ㆍ가격 측면의 대표적 주거복지 정책수단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활용 경험을 분석해 보면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경우 임대료가 저렴한 주택을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장기간 공급함으로써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장기적으로 보장한다는 이점은 있으나, 초기 재정 부담이 크고 건물과 시설 노후화에 따른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후세가 짊어져야 한다. 생산과 소비, 관리의 비효율성 역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한 가구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임차인들 간 소득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임대료를 부과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공급으로서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주거비 보조 지원정책은 소비자가 주거지, 규모 등을 선택할수 있으며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이 가능하고 쇼셜 믹스가 쉬운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수요자 지원으로 임대료가 상승하고 재정 부담이 장기간 커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임대료 통제도 재정 부담없이 단기에 임대료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하는 반면, 민간임대주택 축소에 따른 재고 부족, 품질 저하, 주거이동 제약 등의 약점을 가진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 확대 건설보다 주거비 보조 지원 정책을 적극화하되 민간임대주택시장이 활성화될 때까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서구의 경험을 봐도 그렇다. 북미의 경우 70~80년대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치중하다 주거비 보조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대료 통제 역시 직접적 통제보다 이에 상응하는 조세상의 혜택을 부여,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자가주의, 임차주의 정책의 선택도 복지정책에 영향=자가 거주는 주거소비에서 얻는 개인적 만족과 지역사회 안정성, 자산 축적에 따른 공적연금 역할 축소 등의 매력이 크다. 반면 상품화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주거격차 확대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따라서 적절한 혼합이 필요하다.

서구의 경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컨대 임대주택을 주거의 주된 형태로 삼는 스위스는 자가 거주율이 33%에 불과하지만, 영국ㆍ미국ㆍ캐나다 등은 상대적으로 자가 거주율이 높은 편이다. 80년대 이전에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강화했으나 이후 점차 자가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우리의 경우 명시적으로 자가주의를 천명한 적은 없으나 압축 성장에 따른 주택 부족난 해소 차원에서 민간구매력을 이용하게 됐고 이를 위한 다양한 자가주택중심 제도가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투기적 세력이 득세하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심화된 게 사실이다. 자가주의 또는 임차주의를 선택하더라도 생애주기에 따라 거주 형태가 달라지므로 일정량의 임대주택은 스톡해야 한다.

하지만 과도한 재정 부담을 피하고 안정적인 임차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활성화하는게 유익하다. 더구나 재정 문제 등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 보급이 현실적으로 쉽지않고 공공임대의 비효율성을 감안한다면, 민간임대주택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임대료 제한 정책 등을 동시에 펼치는 게 유효하다. 소비자 선호에 맞게 임대주택을 적기에 공급한다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서구의 경우도 80년대 전후로 공공임대주택이 축소되면서 민간임대주택 시장에 의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간임대 활성화를 위한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을 적극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임대료 상승 우려등을 감안, 시장에 완전히 맡기는 것보다 일정 한도 내로 통제하거나 조세제도를 활용하는 대안 논의가 뒤따라야할 것이다.

장용동 대기자/ch10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