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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최정호> 문닫는 인수위, 새정부 반면교사로
21일 아침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조용했다. 떠들썩하게 울리던 시위대의 확성기도, 문 앞을 빽빽이 지키던 경찰들도, 서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새벽부터 어깨를 다투던 취재진들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새 정부 국정과제 발표를 끝으로 사실상 해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늘 관심의 대상이였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부터 정치권은 “누가 들어가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당선인은 정작 “작고 조용한 인수위”를 바랬지만, 결코 그렇지 못했다. 인수위 입성이 확정된 사람들은 들뜬 표정을 감추느라 애를 먹었고,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수위가 새 정부 5년의 국정 방향을 결정하고, 또 위원 상당수가 정권 실세로 떠오르며 청와대나 내각에서 계속 일했던 것은이제 관행이 됐다. 임기 7주짜리 임시직인 인수위원들에 대해 언론이 장관 버금가는 검증을 한 까닭이다.

그러나 막상 문을 연 인수위는 기대보다는 실망을 안겨다 줬다. 고질적인 소통 부재, 즉 ‘불통’의 벽에 가로막혔다. 현 정부와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고 또 점령군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주지 않겠다는 당선인의 배려를 감안해도, 앞으로 5년 이 나라가 나갈 방향을 정하는데 어떤 것이 논의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인수위의 모습에 국민들은 가슴을 쳤다.

여기에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그리고 일부 ‘문제 인물’에 대한 밀어붙이기 식 인사가 겹치며 국민들은 땅을 쳤다. 대선에서 기호 1번에 도장을 찍었던 사람들조차 말문을 닫을 지경이었다. 북한 핵 문제를 앞에 두고 초당적인 대처를 다짐했던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대표의 화기애한 모습도 사진 한 장으로만 남았다.

인수위는 이제 문을 닫는다. 50%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는데, 그보다도 못한 지지율로 취임하는 슬픈 현실이다. 이제는 그토록 ‘조용하게(?)’ 준비했던 것들을 실천해야 한다. 더 이상 ‘지금 정부 탓’도 통하지 않는다.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당선인의 당부가 계속 유효하기를 바랄 뿐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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