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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토빈세 도입’ 보름만에 다시 원점으로
北 3차 핵실험 리스크·美등 주요금융국 세도입 반발 등 영향…“득보다 실 클 수 있다” 신중모드 전환
“주요 국가가 합의해 도입해야 할 사안으로, 우리만 서둘러 도입하면 득(得)보다 실(失)이 클 수 있다.”

‘한국형 토빈세(금융거래세)’를 도입하겠다고 공표했던 정부가 보름 만에 다시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정부가 이처럼 입장을 급선회한 것은 3차 핵실험으로 재부상된 북한 리스크에 대한 부담, 토빈세 도입에 대한 미국 등 주요 금융국의 반발 움직임, 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입장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토빈세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정부가 내부적으로는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계기는 지난달 30일 금융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한 세미나에서였다.

당시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던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급락하는 환율에 대응하고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따른 충격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한국형 토빈세 도입에 대한 작심 발언을 꺼냈다. 


기존의 ‘거시건전성 3종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강화 외에 역외차액선물환(NDF) 시장을 겨냥한 대책까지 소개했다.

그러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 최 차관보의 발언에 대해 “재정부 차관보가 세미나에서 다양한 형태의 금융거래 및 외환거래세 도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한국형 토빈세로 보도됐다”고 ‘해명’하면서 현 시점에서의 토빈세는 득보다 실이 큰 사안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과적으로 토빈세 도입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한 셈이 됐다.

정부의 토빈세 철회에는 우선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한반도 리스크가 고조된 상황에서 시장의 자금 경직성을 가중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 위험의 영향이 일단 국내 금융시장에선 미풍에 그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외환 유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국가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럽연합(EU) 11개국이 토빈세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계획을 공식 제안한 가운데 미국 등 금융선진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정부로선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월가 대형 금융기관을 대변하는 금융서비스포럼 등은 “금융거래세의 일방적 부과”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현재 일본의 엔저(円低)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 입장을 밝히며 금융정책 면에선 우리나라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인수위의 기류 변화도 정부 방침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인수위는 국제 투기자본(핫머니) 유입 제어를 위해 도입에 상당부분 찬성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지금은 다른 국가와의 공동보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예일대 제임스 토빈 교수가 제안한 토빈세는 국경을 넘나드는 단기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을 뜻한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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