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디자인 코리아> 알바생은 ‘실업자’ 로 안봐…통계와 현실 4차원의 벽
<2부> 현실을 알아야 해법이 보인다① 고용통계의 불편한 진실
‘3%대 실업률’을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한 집 건너 조기은퇴 후 쉬는 사람이 있고, 취업을 못해 애태우는 젊은이가 숱한데도 정부는 100명 중 3명만 ‘실업자’라고 발표한다.

하지만 공식 실업률에는 이 중 일부만 포함된다. 취업준비 중이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쉬었다면 ‘체감실업자’일 뿐 공식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들을 반영하지 않은 게 실업률 통계다. ‘고용통계 미스터리’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해법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고용통계 불편한 진실=경제활동인구 조사는 매월 15일이 포함된 1주(일~토요일)를 대상으로 한다. 조사는 그 다음주 실시된다. 이런 방식은 1982년부터 시행됐다.

지난 1주 동안 일을 하지 않았고, 일이 주어지면 일할 수 있고, 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했다면 ‘실업자’다.

현재 일을 하지 않는 가운데 지난주 1시간 이상 수입을 목적으로 일했다면 ‘취업자’로, 일할 의사는 있지만 지난 4주간 입사원서를 한 번이라도 내지 않았다면 ‘비경제활동인구’로, 그냥 쉰 사람ㆍ구직단념자ㆍ취업준비자도 ‘비경제활동인구’로 각각 분류된다. 이들을 국제기준에서 보면 실업자가 아니다.


2010년 1월 정부는 ‘취업애로계층’이란 새로운 통계를 내놓은 바 있다. 기존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당시 이 계층은 182만3000명으로, 공식 실업자(88만9000명)의 배가 넘었다.

실업자에다 불완전취업자(주 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 중 새로운 취업희망자),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이면서 취업의사나 능력이 있는 사람(취업준비자와 쉬었음 인구, 육아ㆍ가사 인구)을 포함했다.

취업애로계층에서 실업자를 제외한 사람도 일자리를 원하는 ‘잠재실업자’지만 실업률 통계에서 빠지면서 공식 실업률과 고용시장의 체감도가 서로 다르다고 느끼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이후 이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다. 공식 실업률 통계의 신뢰성 훼손을 우려해서다.

통계청 고용통계과 빈현준 서기관은 “10월 국제노동기구(ILO)가 실업률 보완지표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데, 새로운 국제기준이 마련되는대로 실업률을 보완하는 보조지표를 개발해 공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훤히 보이는 부실=통계는 사회 흐름을 보여주는 좌표다. 현실이 고스란히 묻어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가치가 없다. 글로벌 경기불황에도 우리는 숫자로만 볼 때 나홀로 ‘고용대박’을 기록했다. 통계지표의 보완이 절실한 이유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8.2%보다 현저히 낮은 3.5%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농림어업과 자영업 비중이 다른 OECD 국가보다 높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통계청은 “농림어업 종사자는 농한기를 맞아 다른 일자리를 찾기보다 대기하는 경향이 있다. 또 자영업자나 무급가족종사자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면 다른 일을 적극적으로 찾기보다 아예 구직을 포기해버린다”고 분석했다.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대거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은퇴 고령층과 경력단절 여성의 낮은 노동시장 재진입률,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과 청년층 구직자 간 미스매치가 불러오는 ‘눈높이 실업자(취업준비자와 졸업연기자)’의 증가 등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한몫하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의 초기 진입과 재진입이 매우 어렵다는 의미로,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잠재실업자의 양산을 초래했다.

고용통계를 보완해야 하는 이유는 낮은 고용률에서도 잘 나타난다. 고용률과 실업률은 반대로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고용률은 63.9%(2011년 기준)로 OECD 평균(64.8%)보다 낮다. 실업률이 낮은데도 고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

통계청은 “고용률이 낮은 경기침체기에 취업난이 지속될 경우 구직자가 구직활동을 접는 경우가 많아 고용률이 높지 않으면서도 실업률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통계가 발표되는 또다른 원인이다.

▶정책의 기초 ‘통계’=부실통계는 부실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경기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실업자를 포함한 취업애로계층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한다.

‘사실상 실업자(실업자와 잠재실업자, 불완전취업자)’를 파악할 수 있는 한국형 보조지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게 그럴 것이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사이의 ‘회색지대’에서 맴도는 잠재실업자와 취업과 실업의 경계에 있는 불완전취업자가 공식 실업자 수와 맞먹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고용ㆍ투자팀장은 “실업자와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등은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사실상 실업자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특히 이들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부가조사를 해서라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재실업자와 불완전취업자도 실업자만큼 중요한 정책의 타깃이란 설명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고용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의미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