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F1 ‘불멸의 심장’ 이 뛰는 그곳…
3연패 전설 베텔 소속 ‘인피니티 레드불 레이싱팀’ 산실…한국 언론 최초 英 F1 머신 공장을 가다
[밀턴케인스(영국)=윤정식 기자] 영국 런던 중심부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의 밀턴케인스(Milton Keynes). 1967년 런던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 런던과 버밍엄 사이에 새로 건설한 도시다.

과거 산업혁명 당시 런던에 있던 제조업 공장들의 주된 이전지로 떠오른 이후 영국의 대표적 근대 공업도시가 된 곳이다. 하지만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대부분의 공장이 문을 닫은 상황. 우리나라의 산업단지같이 북적이기는커녕 들판 사이를 차로 이동하다 보면 목가적인 분위기마저 든다. 이 한적한 영국 시골마을은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머신(포뮬러1 자동차), 인피니티 레드불 레이싱(Infinity Red Bull Racing)팀의 고향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국내 언론 최초로 지난해 말 인피니티 레드불 레이싱팀의 영국 F1 머신 공장을 직접 방문했다. ‘레드불 레이싱 브래드번 드라이브(Red Bull Racing Bradbourne Drive)’라고 이름 붙여진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자 파랑ㆍ노랑 바탕에 강렬한 빨간색 황소 그림이 그려진 현대식 건물 3개동이 자리 잡고 있다.

 
영국 밀턴케인스에 위치한 레드불 팩토리에 주차된 머신들. 지난 2012년 시즌을 챔피언으로 마감한‘ RB 8’ 모델들이 정비를 위해 공장에 들어와 있다. 퇴역식을 치른 이들 차량은 쇼카로 제작돼 전 세계를 돌며‘ 인피니티 레드불 레이싱팀’을 홍보하게 된다.

▶전통을 전설로 만들다=기자가 레드불 공장을 방문한 날은 브라질 그랑프리로 2012년 시즌을 마감하고 막 퇴역한 머신 ‘RB 8’이 공장으로 들어온 날이었다. 누군가의 눈에는 하나의 기계덩어리였지만 공장 근로자들은 머신을 아기 다루듯, 때로는 경외로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오는 3월 F1 그랑프리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인피니티 레드불 레이싱팀은 지난 3일 신모델 ‘RB 9’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장 관계자는 “5개의 완벽한 머신이 만들어지고 퇴역한 전년도 모델인 RB8 가운데 3~4대를 쇼카로 제작해 홍보용으로 운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세 살 이상 나이를 먹은 머신들은 박물관으로 향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다소 비싼 건강회복 음료수 ‘프리미엄 박카스’로 알려진 레드불(Red Bull)은 사실 에너지드링크회사다. 지난 2005년 미국 포드 사(社)로부터 영국 전통의 F1 재규어팀을 인수해 최고의 팀으로 길러냈다. F1에서 전통의 명가로 통하는 페라리와 맥라렌을 제압한 것이다.

공장 소개를 담당했던 인피니티 퍼포먼스팀의 애덤 애크워스(Adam Acworth)는 “레드불의 인수금액은 단돈 1파운드였다”며 “대신 영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재규어팀의 어떤 근로자도 해고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명문화했었다”고 설명했다. 레드불팀이 영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게 된 이유다.
 
레드불 머신 엔진. 톱니바퀴 하나하나마저도 수작업을 통해 만드는 F1 인피니티 레드불 머신. 차량 한 대에 640㎏밖에 안 될 정도로 가볍다 보니 경기 도중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무거운 추를 매달기도 한다.

▶손톱만 한 톱니조차 손으로=만 8년밖에 안 되는 신생 팀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챔피언 자리에 올라서게 된 데에는 남다른 투자와 장인정신이 배경이었다.

F1의 광팬인 디트리히 마테쉬츠 레드불 회장은 인수 직후 천재 기술자 아드리안 뉴이(Adrian Newey)와 천재 드라이버 세바스티안 베텔(Sebastian Vettel)을 직접 영입했다. 이들은 레드불 3연패의 일등공신이다.

뉴이는 첨단 장비를 이용해 머신을 디자인하는 다른 팀과 달리, 손수 수학적 계산과 공기 흐름 역할을 계산해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레드불 팩토리는 그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하나의 오케스트라였다.

공장 안 부품 생산라인은 마치 반도체 생산라인같이 흰 방진복을 입은 기술자들로 넘쳐난다. 한 개의 부품을 만들기 위한 첫 작업으로 일단 깃털처럼 가볍지만 단단한 성질의 ‘액체 레진’(천연수지) 형틀을 레이저 작업으로 정교하게 깎은 후 카본 섬유를 붙인다.

이후 외관 부품의 경우 에어룸에서 공기저항계수 등을 계산하고 합격점을 받으면 이른바 ‘오븐’에서 굽는 과정을 거친 후 최종 부품으로 탄생한다.

기자가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는 RB9의 제작이 한창이었다. 레이싱팀 관계자는 “심지어 새끼손가락의 손톱만 한 톱니바퀴도 일일이 이런 작업을 통해 공장에서 제작한다”며 “머신 하나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의 90% 이상이 이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머신 한 대는 무게가 640㎏에 불과하다. 시속 360㎞로 달려야 하는 관계로 차량이 날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공기 저항을 아래로 향하게 하는 과정과 동시에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무거운 추를 달기도 한다.

▶괴물에 첨단을 더한 인피니티=애덤은 레드불이 일본 기업인 인피니티와 기술 부문까지 손을 잡은 이유에 대해 “지구상에 현존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가운데 역동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제동장치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엔진 출력으로 얼마나 많이 재생시킬 수 있는지를 공동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공장 한쪽에는 미국의 통신업체 AT&T가 제공한 경기 상황실도 마련돼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발사 상황실 같은 분위기로, 전 세계 어디서든 경기가 치러질 때 실시간으로 공장의 모든 기술진이 한데 모이는 장소다.

애덤은 “경기 중인 차량의 모든 정보가 즉시 인터넷 시스템을 거쳐 영국 밀턴케인스로 바로 전달된다”며 “엔진과 타이어 외관 등 차량의 모든 상태는 물론 운전자의 상태까지 모두 실시간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현장에 못 간 기술진이 여기서 모든 자문을 할 수 있게 만반의 상황을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선 날씨에 따른 운전 전략을 짜기 위해 위성을 직접 빌려 기상 상황을 확인할 정도로 만반의 대비책을 내놓기도 한다.

첨단 기기들을 총동원해 만분의 1초라도 기록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면, 1마력의 힘이라도 더 친환경적으로 낼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레드불 레이싱팀 관계자의 말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궁극의 머신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yj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