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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전 부치고 시어머니 눈치보고…국회의원도 별수 없는 ‘며느리’
여성 국회의원들의 설 연휴 들여다보니
지역구 찾아 의정활동도 해야하고
시댁가서 며느리 노릇도 해야하고
여의도 정가도 명절 스트레스

한달간 숨가쁘게 달려온 인수위원
반나절이지만 꿀같은 휴가도



‘명절 스트레스’는 비단 대한민국 며느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설 대목’을 맞이한 여의도 정가도 미묘하게 ‘명절 스트레스’의 기운이 흐른다. 의원들에게도 귀향길은 늘 설레지만, 손에 묵직하게 들린 ‘설 명절 귀향활동 리플릿’을 바라보고 있자니 숙제를 받아든 초등학생처럼 걱정부터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여성 의원들은 서둘러 금배지를 빼고 ‘며느리’ 노릇도 해내야 한다. ‘설 대목’을 맞아 한껏 머리 속이 복잡해진 여의도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여성 의원들도 공포스런 ’시월드’ 체험=“큰집가서 일할 생각하니 진부터 빠진다.” 명절을 앞둔 여성 국회의원들의 근심 걱정은 우리나라 보통의 며느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쉬고 싶은데 집안 어르신들의 눈치에 떠밀려 설거지라도 거들어야 한다.

덕분에 명절맞이 ‘시월드’체험을 앞두고 여성 의원들의 한숨은 더욱 짙어져간다. 시월드는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처럼 ‘시(媤)’자가 들어간 사람들의 세상, 즉 ‘시댁’을 말하는 신조어다.

한 초선 의원은 “국회의원이 돼도 (고향에) 내려가면 일하는 건 똑같다”며 “국회에서는 ‘남자도 일손을 거들어야 한다’고는 말하지만 막상 또 그 상황이 되면 시어르신들 앞에서 쉽게 입이 안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명절맞이 ‘시월드’체험을 앞두고 여성 의원들의 한숨은 더욱 짙어져간다. 여성 국회의원들도 우리나라 보통의 며
느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명절 때면 의정에 열중하는 여성 의원=한 여성 의원은 아예 시댁행을 접고 의정활동에 매진키로 마음먹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 부치기 싫어서”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는 게 상책인데, 마침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바빠진 ‘정치 일정’ 덕에 핑곗거리도 생겼다.

한 국회 관계자는 “유독 여성 의원들이 명절에 민감하다. 명절이 다가올수록 일에 집중하는 게 여성 국회의원들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 의원은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며느리가 국회의원이라면 먹고 들어가는 게 있다”면서 “시어머니가 먼저 전화를 해서 바쁜데 내려오지 말라고 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고향도 가고 홍보도 하고…실속형 의원들=고향이 지역구인 의원들은 한결 마음이 편하다. 지역활동 때문에 1년에 한 번 오는 설 명절을 놓치게 되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어서다. 다행히 이들에게선 ‘고향’을 찾는 귀성객의 들뜬 분위기도 느껴진다.

영남권 지역구의 한 재선 의원은 “종친 제사에 빠졌다가는 난리가 난다”면서 “만약 빠졌다간 ‘싸가지 없게’보여 큰일 난다”고 말했다. 야당의 수도권 한 중진 의원도 “지역구가 고향이니 지역구를 찾아서 당원들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유독 짧은 연휴가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설 민심의 향배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고향에서도 가능한 한 짧은 시간 ‘효율적’으로 ‘지역활동’을 완수하는 게 포인트다. 한 지역구 재선 의원실의 관계자는 “귀향하는 주민들도 많아서 최대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 중심으로 설 인사를 나갈 계획”이라며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 소속 위원들은…반나절 ‘꿀 같은 휴가’=지난 한 달간 숨가쁘게 달려온 ‘인수위원’들은 설 연휴 덕에 ‘꿀 같은 휴가’가 생겼다. 많아야 ‘반나절’이지만, 위원들은 “그나마도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물론 반나절의 휴가 후에는 또다시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와 마주해야 한다.

한 인수위 소속 위원은 “단 하루의 휴일 없이 여기까지 달려왔다. 이번 설 연휴에도 인수위에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며 “만약 쉬게 된다면 당일에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내 간절한 바람이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인수위원에 참여하고 있는 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내가 국회의원인지, 워드 작업을 하는 사무원인지 도통 모르겠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인수위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조민선ㆍ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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