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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김성희> 위대한 팔로어의 법칙
무조건 복종하는 ‘딸랑맨’보단
불편한 진실 정중하게 지적하고
사각지대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브레이크·가속기·백미러역할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위대한 리더가 없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위대한 팔로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모두들 리더의 잘못에 손가락질하지만 정작 ‘나부터’ 변화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리더에 무조건 맞서는 것을 마치 정의의 화신으로, 지문이 없어지도록 아부하는 것을 충성이라 착각하는 오류가 발생한다. 조직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리더이자 팔로어다. 그런 점에서 팔로어로서의 성공은 리더로서 성공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새해 들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로운 리더가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리더십을 기대하는 말은 넘쳐도 정작 리더십의 양면인 팔로어십을 요구하는 것은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팔로어의 조건을 짚어보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된다. 위대한 팔로어의 조건은 자동차의 역할에 비유해 볼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귀감이 될 만한 훌륭한 사례를 수없이 만날 수 있다.

첫째는 브레이크 역할이다. 상사에게 상처를 주게 되더라도, 진실을 직시하게 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복종하는 ‘딸랑맨’ 부하는 상관의 이기심과 자만심을 충족시켜 줄망정 조직을 건전하게 발전시키지는 못한다.

역사적으로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당태종 시대의 명신 위징이 충신(忠臣)과 양신(良臣)을 구별해 한 말은 팔로어십의 에센스라 할 수 있다. 충신은 간언을 통해 자신의 공명만 역사에 남기지만, 양신은 간언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게까지 한다. 위대한 팔로어가 되기 위해선 ‘무엇(what)’의 좋은 안을 내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리더가 수용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어떻게(how)’에도 노력을 기울여 불편한 진실을 기꺼이, 하지만 정중하게 지적해 제동을 걸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액셀러레이터 역할이다. 리더도 외롭고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다. 많은 팔로어들이 리더가 약점이 없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길 내심 기대한다. 리더들도 속내를 알고 보면 약한 존재다. 그들의 약점을 보완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추진해갈 수 있도록 가속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삼국지의 유비와 제갈공명, 현대사에서 주은래와 모택동의 관계가 이에 해당한다. 제갈공명이란 액셀러레이터가 없었다면 유비는 촉을 건국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현대사에서 주은래는 그 자신이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자신에게 지략가로서의 능력은 있으나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모택동을 위해 일생을 바친다. 주은래는 41년간 그림자처럼 보좌, 조용히 일을 추진하며 끝까지 리더십 동력이 되어 주었다. 위대한 팔로어는 리더가 원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것까지 지원함으로써 용기를 준다.

셋째, 백미러 역할이다. 위대한 팔로어는 리더가 보지 못하고 챙기지 못한 일, 리더의 사각지대를 바라보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들 팔로어를 통해 리더의 시행착오와 판단실수는 예방되는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 제나라 정승인 맹상군은 지식인 식객을 많이 두었다. 맹상군이 수십년간 장수재상으로서 베개를 높이 베고 편안히 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풍훤이란 식객이 백미러 팔로어십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풍훤은 맹상군에게 빚진 사람들을 모아서 차용증 더미에 불을 지르는 등으로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당장은 군주를 화나게 했으나, 장기적으론 군주가 보지 못한 사각지대를 헤아리고 의리를 쌓게 함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 하지만 위대한 팔로어들은 역할을 나누고자 한다. 바야흐로 각 분야에 등장하는 새 리더들이 리더로서의 권한뿐 아니라 팔로어로서의 의무에도 주목해 백미러,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의 역할을 건전히 수행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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