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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집에도 워홀 걸어볼까?” 크리스티, 워홀재단 작품 125점 온라인서 경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앤디 워홀(1928~87). 미국 피츠버그공대에서 상업미술을 전공하고, 백화점및 구두업체에서 시각 디자이너로 일했던 그는 예술을 근엄하게 접근하지 않고 마치 놀이하듯, 사교하듯 자유분방하게 접근했다. 살아 생전에 자신의 뉴욕 스튜디오를 ‘팩토리’라 부르며 온갖 실험과 시도를 거듭하며 스스로 스타이길 원했던 그는 무려 10만여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영화 또한 100여편이 넘게 제작한 것은 물론, 그가 시도한 반복과 조합, 차용과 복제, 크로스오버는 오늘날 너무나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향력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워홀은 드로잉 실력도 너무나 빼어나, 그가 일상에서 무심하게 그렸던 무수한 드로잉들은 지금 봐도 더없이 사랑스럽고 매혹적이다. 오늘 대다수 대중들에겐 그의 기이한 행적과 팝아티스트로서의 면모가 더 많이 부각돼 있지만 그가 남긴 작업들을 보면 역시 그가 타고난 천재이자, 남다른 개혁가였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워홀의 작품이 시중에 너무나 많이 나돌고 있다는 점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할리우드 톱스타에서부터 유명인사,기업가 등은 물론이고 작가를 지망하는 어린 대학생까지)이 스튜디오를 드나들었고, 워홀은 그 때마다 그들의 사진을 찍고, 영화를 찍었으며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그들의 초상을 끝없이 작품으로 제작했다. 바로 작품수가 많아질 수 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게다가 워홀은 상당수 작품에 사인을 남기지 않았다. 주변에 작품을 나누어 주는 것도 즐겼다. 때문에 작금의 미술시장에는 워홀의 작품 중 진위논란에 휩싸인 것들이 매우 많다. 워홀 사후에 출범한 앤디워홀 시각문화재단은 진위논란과 관련해 컬렉터및 기관들과 지리한 법적 소송을 벌이는 등 ‘가짜 작품’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심지어 판화 같은 작품은 오히려 사인이 들어있는 작품이 위작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돌고 있다. 워홀 재단은 이에 앞으론 일체의 진위감정에 불응할 것이며, 워홀이 남긴 유지인 젊고 유망한 시각예술가들을 돕는 사업에 치중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앤디 워홀 재단이 보유 중인 2만여점의 작품 중 125점의 작품이 온라인 경매에 부쳐진다.
세계 최대의 미술품경매사인 크리스티는 오는 2월 25일부터 3월 5일까지(미국 동부시간 기준) 워홀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125점의 작품을 온라인(http://onlineonly.christies.com)을 통해 판매한다. 워홀 재단의 작품이 온라인 옥션을 통해 판매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출품작들은 워홀이 생전에 직접 찍은 사진에서부터 드로잉, 판화, 회화, 오브제, 스케치, 책 작업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가격대도 600~800달러짜리 소품에서부터 5만~7만달러짜리 캠벨 수프 캔까지 그 폭이 넓다. 주종을 이루는 소품판화와 사진의 경우 2000~7000달러의 가격대이며, 워홀이 직접 그린 드로잉은 1만5000~2만달러선이다. 이에따라 ‘내 집에도 워홀 작품 한점쯤 걸어볼까’하고 꿈꿨던 일반인들도 한번쯤 도전해볼만 하다.


크리스티는 초보 수집가들을 위해 이번 온라인 경매는 대중친화적인 소품 위주로 구성했다. 이를테면 실버스타 스탤론, 아놀드 슈왈제네거, 존 덴버, 스티븐 스필버그를 찍은 사진들이 그것이다. 또 팝가수 마돈나가 상반신을 드러낸채 자신의 아기를 번쩍 들어올리는 사진이며 동료 작가였던 로버트 라우젠버그를 찍은 사진도 출품됐다.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타들의 풋풋한 젊은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은 크기및 상태, 스타의 지명도 등에 따라 2000~2만달러의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워홀의 자화상인 ‘깜짝가발’. 하늘로 솟구치는 금빛 가발을 쓴 자신의 모습을 흰 티셔츠에 찍은 이 작품의 추정가는 1만5000~2만5000달러. 현재 국제미술시장에서 워홀의 ‘깜짝가발’(페인팅)은 중간 크기 작품이 수십억원을 호가하고 있어 비록 티셔츠에 새겨진 작품이긴 하나 워낙 유명한 작품이란 점에서 뜨거운 경합이 예상된다.

또 일상에서 누구나 쓰는 낯익은 상품을 차용해 예술작품을 만들었던 워홀의 작업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캠벨 수프캔’도 출품됐다. 1964년작인 이 작품의 추정가는 5만~7만달러로, 해외 미술관및 주요 컬렉터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릴린 몬로의 키스마크를 연달아 찍어 제작한 판화 ‘I Love Your Kiss Forever Forever’는 3000~5000달러에 나왔다. 이밖에도 이번 경매에는 끝없는 예술실험을 펼쳤던 워홀의 남다른 도전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New Coke’ 연작 등 주요작품도 포함됐다.

에이미 카펠라조 크리스티 현대미술파트 대표는 "이번 경매의 출품작은 워홀 재단이 보유해온 작품으로, 작품의 경로가 확실하다는 것이 가장 매력일 것"이라고 밝혔다. 즉 워홀 재단이 보증하는 작품이란 점에서 진위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무엇보다 메리트인 셈이다.


한편 지난해 2만여점에 달하는 워홀 재단의 소장품의 판매권을 확보한 크리스티는 작년 11월 뉴욕 경매장에서 1차로 재단 보유작품 360점(페인팅,판화,사진,드로잉 포함)을 팔아 낙찰총액 1701만7050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184억원)를 올린바 있다. 무려 92%에 달하는 높은 낙찰률을 기록했던 이 오프라인 경매에서는 화려한 색채의 ‘나비’ 페인팅(152X152cm,1983년작)이 125만8500달러(약 13억6300만원), 재키의 얼굴을 담은 ‘재키’(54X52cm,1968년작)가 62만6000달러에 팔리는 등 큰 경합을 이뤘다.

그러나 이번 온라인 세일에 출품된 작품은 당시 오프라인 경매 출품작에 비해 소품의 비중이 더 많아, 투자 측면보다는 ‘워홀의 오리지날 소품을 한점 보유해 즐긴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더 타당하다 할 수 있다. 작은 종이 몇장에 스케치를 그린 후 이를 스테이플러로 찍은 소품 등 장식성 보다는 기록적 측면에서 더 가치가 있는 작품도 많은만큼 웹사이트의 작품 정보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일에 대해 ‘워홀 재단의 마지막 재고처분일 뿐, 정신이 번쩍 드는 작품은 별로 없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온라인 경매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크리스티 온라인에 회원으로 가입한 후 3월 5일 아침 10시까지(미국 동부시간 기준, 한국은 4일 밤 마감) 비딩에 참여하면 된다. 결재는 신용카드로 할 수 있으며, 낙찰가에 따라 12~25%의 수수료가 붙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작품의 실물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은 뉴욕 크리스티(맨하탄 록펠러센터 내 소재)를 통해 개별적으로 약속을 잡아야 한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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