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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해외입양인 출신 작가 제인 정 트렌카의 한국정착기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고아에게는 채우지 못할 허기가 있다. 몸속에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 부족한 그것 주위에는 그것에 이름을 붙이려는 일련의 말들이 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그것들. 우리는 상자속의 그 말들이 끊임없는 움직임을 멈추고 우리가 하라는 대로 하길 바란다”(‘덧없는 환영들’ 중)

한국인 해외 입양인 출신의 작가 제인 정 트렌카의 두 번째 장편소설 ‘덧없는 환영들’(창비)은 입양인으로서의 풀리지 않는 갈증을 또 한번 그려낸다. 자전적 소설인 첫 작품 ‘피의 언어’를 통해 반스앤노블 최고의 신인 작가로 선정되며 미국 문단에서 주목을 받은 제인 정 트렌카는 이번 두 번째 장편소설도 체험에 바탕한 존재의 불안을 드러낸다. ‘덧없는 환영들’(창비)은 프로코피예프의 동명곡을 제목으로 삼았다. 쟁강거리는 맑은 소리들이 때로 격렬하게 치닫고, 가라앉는 프로코피예프의 곡처럼 작가는 부표처럼 떠도는 삶의 갈피들을 녹여낸다.

첫 작품 ‘피의 언어’가 이산의 체험을 유년기와 미국에서의 삶, 한국어머니와의 재회에 초점을 두고 돌아봤다면 ‘덧없는 환영들’은 한국에 돌아와 이곳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낯섦과 타인의 시선, 흔들림을 담고 있다. ‘당신은 누구냐’며 끊임없이 제기되는 물음에 나는 여전히 답을 못 찾고 있다.

작가는 이런 혼돈을 형식실험으로 보여준다. 한국어와 영어가 뒤섞이고, 시적 단문들과 기사 스크랩, 설문지, 인용이 뒤섞여 있다. 한국인의 몸을 가진 나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드는 미국 사회와 미국인의 말을 가진 나를 자꾸만 밀어내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이질적인 형식들의 나열 속에서 차갑게 그려진다.

그에게 한국인으로 살아가기는 투쟁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작가는 싸우고 또 싸우면서 “무언가를 되찾기 위해 싸워본 사람만이 아는 방식으로” 모국을 사랑하며 한국인으로 살아가기를 시도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내 심장 한가운데 있는 내 유일한 욕망은 다정하게 사랑받는 것, 누군가 날 온전한 사람으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지금의 나를 사랑해주는 거야.”(본문 중)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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